
| 사회문제/ 성차별,성폭력 |
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 |
종이책 | 추적단 불꽃 | 이봄 | ★★★★★ |
후기 '이 뜨거운 목소리가 더 많은 '우리'에게 가 닿기를-'
우리(추적단 불꽃)와 우리(한국여성)의 이야기.
마음 속에 자리한 작은 불씨가 책장을 덮을 즈음엔 활활타는 불이 되어있었다.
N번방의 실태-불과 단이 겪었던 사회의 부조리, 우리가 되어가는 과정-범죄 처벌 및 피해 방지를위한 방안 제시.
일련의 흐름 그 어디에서도 구체적인 가해 행위를 묘사하지 않고, 디지털 성범죄의 현황과 문제점을 부각한다.
한국여성의 사적인 목소리와 추적단 불꽃의 공적인 목소리가 적절하게 섞여있다.
(지극히 당연한 일임에도) 피해자의 안전을 최우선시한 추적단 불꽃의 세심함이 돋보인다.
얼마나 '잔혹'한 지에 초점을 맞추는 일부 언론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객관성을 지켜야한다며 혼내는 기자들이나, 어린 여성은 이쯤에서 물러나라는 일부들 너무 우습죠.)
책을 읽고 난 후 분노를 억누르기 힘들다면, 당신 또한 우리이기 때문이리라.
"불편하고 싶어서 불편한가. 여러 사회문제를 인지하고 불편해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예민하게 구는 것'으로 여겨선 안 된다."
정부는, 사법부는, 사회는 왜 이 모든 문제를 여성들이 해결해야하는 짐으로 남겨두었나.
왜 여성들이 더욱 예민해지도록, 억울한 목소리를 낼 수 밖에 없도록 만들었나.
성범죄를 '남자가 그럴 수도 있지.'라며 합리화시켰다. 피해사실을 축소시키고 가해자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앞날이 창창한', '심신미약'을 이유로 사회로 돌려보냈다. 그렇게 조두순에서 김성민이, 손정우에서 N번방이 되었다.
그들이 일상으로 쉽게 돌아올 수록 범행수법은 더욱 악랄해졌고, 추적하기 힘든 음지로 숨어들었다.
우리는 모두의 합심으로 벼랑 끝에 내몰렸다. 더 이상의 '나중'은 없다.
가해자 엄벌을, 피해자 보호를,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원한다.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관련 재판부는 딱 가해자만큼만 노력하라. '탁상 재판'하지 말고 현장에 나가 진실을 파악하라."
추적단 불꽃이 지핀 불은 쉬이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고, 그 어떤 외압으로도 꺼트릴 수 없을 것이다.
또 다른 디지털 성범죄를 추적하고 있는 추적단 불꽃에게 전하고 싶다.
고맙다. 당신들이 있어 현재의 내가 달라질 수 있었다.
'끝'을 만들기 위해 달리는 추적단 불꽃을 위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연대를 하겠다.
부디 이 연대가 불과 단의 일상에 짐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책에서 언급 된 이수정 교수님의 '함정수사' 이야기를 좀 해보자면, 교수님 책 발간에 앞서 업로드 된 영상이 하나 있다.
요점은 '그동안 방관한 기성세대의 책임이다. 불편하더라도 함정수사가 도입되어야 한다.'였고,
나 또한 그에 동의한다는 식의 댓글을 달았었다. (유튜브 시작하고 처음으로 단 댓글이었다.)
그 후 답글이 주르륵 달렸는데, 하나같이 기성세대가 싼 똥을 내가 왜 치워야 하냐.
니나 포기해라, 난 내 일상 포기 못한다. 박정희 정권이냐(ㅋㅋㅋ...) 이런 류의 댓글이었다.
이들에게 N번방이란, 아동 성착취란, 각종 성범죄란 그정도인 것이다.
절대 나는 겪을 일이 없는데, 범죄자 하나 잡겠다고 내 일상을 감시당하느냐는 억울함.
(모두를 감시하겠다는 뜻도 아니었을 뿐더러, 뭔가 켕기는게 있으니 격렬하게 반발하는 것이다.)
그냥 냅두면 내가 (즐길 수 있고) 편한데 긁어 부스럼이냐는 안일함.
한낱 댓글에도 반응이 이정도인데, 추적단 불꽃 앞에는 얼마나 많은 진흙탕이 놓여있었을까.
힘든 길이었음을 알기에, 대단하다고 말하고 싶다. 기성세대가 또 한번 큰 빚을 졌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필수적으로 읽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손정우의 송환을 불허하고 지금의 N번방을 있게 한, 그리고 지금도 꾸준히 솜방망이 처벌을 하고있는 사법부.
디지털 성범죄를 남성들의 한낱 일탈로 치부하는 국회의원.
성범죄 기사를 스포츠 기사 쓰듯이 대하는 언론인.
성범죄 피해자에게 미온적으로 응대하는 경찰이다.
당신들이 바로 공범이고 동조자다.
제발, 직업과 직책에 걸맞게 가해자만큼만 '노력'하라.
+) '여성 25인의 추천사'에 "페미니즘이 평등이 아닌 혐오와 배제를 더 선호한다는 걸 또다시 느끼게 된다."는 목소리
넘 웃기는거죠. 잠재적 가해자 만들지 말라고 한발 물러서서 볼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평등 어쩌고 저쩌고야.
추천사 맡겨놨냐? 어디 이제와서 숟갈 얹으려고 들어. 조신하지 못하게.
인상깊은 구절
1. 너무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우리의 차이점은 손에 다 꼽을 수도 없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에 사는 20대 여성으로서 겹치는 경험 역시 많았습니다.
살아온 환경, 살아온 방법, 살아온 시간이 달라도,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 연대는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2. 우리는 남 앞에서 하기 어려운 민망한 이야기도 스스럼없이 할 수 있다. 너무 자주 붙어 있어서 생각도 말투도 닮아가고 있다.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수 있다는 사실은 정말이지 이상하고 신기하다.
3. 범죄를 에방하는 일은 여성들 각자의 일이 될 수 없다. 여성 혐오범죄의 해결은 국가의 일이다.
4. 남자는 여자에게 종종 "나 빼고 남자는 아무도 믿으면 안 된다."고 말하지만, 그러는 당신은 과연 믿을 만한 사람인가, 묻고 싶다.
남자인 당신조차 남자들을 믿어서는 안 된다고 하니 이상하지 않은가.
5. 친구 말대로 내가 남자 친구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성적 대상화를 당한다면, 이는 성적 대상화를 한 사람이 문제다.
대상화를 당한 사람에게 책임을 묻는 모습이 기이하게 여겨졌다. '가부장제 타파를 위해 당신은 이것도, 저것도 하면 안 됩니다'라고
주장하며 여성을 타자화하여 지탄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서글프다.
6. 누군가는 왜 그리 힘들게 인생을 사냐고 묻기도 한다. 왜 별것도 아닌 일을 예민하게 받아 들이냐고.
웃기는 말이다. 내가 불편하고 싶어서 불편한가.
여러 사회문제를 인지하고 불편해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예민하게 구는 것'으로 여겨선 안 된다.
누군가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가는 일상이 다른 사람에게는 쟁취해야만 하는 것일 수 있다.
나의 예민함이 사회를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끈다고 믿는다.
7. 취재와 보도 외에도 기자가 할 수 있는 일이 더 있다고 생각한다.
한 선배 기자는 내게 "기자가 사건에 너무 깊이 개입했다"고 말했다.
기자는 객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선배 기자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당시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반항이었다.
눈앞에서 사건이 벌어질 때도 유지해야 하는 기자의 객관적인 태도가 무엇인지, 나는 모르겠다.
8. 이런 질문을 받고 싶다. 지금 피해자의 일상은 어떤지, 정부에서 피해자보호는 제대로 하고 있는지, 필요한 입법은 무엇인지,
재판부의 솜방망이 판결을 어떻게 하면 바꿀 수 있을지. 앞으로는 생생한 이야기를 꺼내고 싶다. 잔상은, 지난날의 모습일 뿐이다.
9. 우리 사회가 먼저 선택해야 하는 것이 '누구를 보호할 것인가'하는 것입니다.
위법적인 수사 절차로 인한 인권 침해를 막고 모든 사람의 인권을 보호하겠다. 이건 사실 말이 안 돼요.
일단은 여러 어려운 점이 있어도, '아동이나 청소년을 유인하는 모든 행위는 통제한다'는 법익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거죠.
(이수정 교수 인터뷰 중)
10. 피해자가 한 행동이 상식에 부합하냐 아니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피해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
성범죄에 한해서는 '피해자로서 완벽한 자격을 갖춘 사람'만 보호하겠다는 인식은 틀렸다. 피해자의 말, 글, 행동을 평가하여
합격 조건을 통과하지 못하면 비난하고 의심한다. 피해자도 잘못이 있다는 인식 때문에 성범죄 피해자는 세상에 쉽게 나서지 못한다.
당할 만해서 당하는 피해자는 없다. 이 부분은 아무리 설명해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해하지 못하겠으면 (설혹 싫더라도) 그냥 외웠으면 좋겠다.
11. 우리는 살아 있다. 이 땅에서 살아남아, 외치고 있다. 각자의 자리에서 함께 연대하며 움직이는 이들이 있기에 내일을 그릴 수
있는 것이다. 추적단 불꽃은 성범죄 피해자의 고발을 지지한다. 그들의 고통은 우리의 몸을 통과해 심장을 건드렸다.
피해자의 상처가 나의 고통으로 바뀌어 발화하는 순간, 뜨거운 용암이 심장에서 솟구친다.
우리가 써내려간 지난 1년간의 기록이, 함께 공감하고 분노하는 여성들의 발자취로 이어지길 바란다.
키워드: 디지털 성범죄, 텔레그렘 성착취, N번방, 박사방, 웰컴투비디오, 추적단 불꽃
꼬리(연결고리): 오빠가 사라졌다, 눈 밖에 난 자들
-디지털 성범죄의 가상과 현실편. 디지털 성범죄자가 가족이라면?(현실) 그리고 그들에게 사적 복수를 한다면?(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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