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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독서기록

154. 비와 유영-20.09.24

by 독서의 흔적 2020. 9. 25.

만화 비와 유영 종이책 산호 삐약삐약북스 ★★★★★

 

후기 '비와 비(雨), 유영과 유영(游泳)'

산호님 사랑해요!!! 광안리 밤바다와 인어, 가정폭력을 두고 이렇게 아름다운 이야기가 나온다ㅠㅠ...

얼른 읽고싶은 마음과 아껴 읽고싶은 마음이 격하게 싸웠다.

결국 못참고 책을 펼쳤고, 한달음에 읽고나서야 몰아놓았던 숨을 내쉬었다.

비와 유영의 길고도 짧았던 유영(游泳).

비는 먼 바다를 향해 유영하고 유영은 삶을 향해 유영한다.

부산의 상징 광안리부터 구석진 임랑까지. 비와 유영과 함께한 모든 유영이 빛이고 온기였다

인어인 비가 사투리를 사용하는 모습이, 환상과 현실 그 어드메의 친근한 존재로 만들었다.

그리고 무리와 동떨어진 한 인어의 외로움, 가정폭력 한가운데 홀로 버티고 선 한사람의 외로움.

사투리와 외로움. 두 공통점이 둘 사이의 거리를 단숨에 좁힌다.

악몽같은 현실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게 도와주는 달콤한 환상 한 스푼.

기나긴 겨울을 버틸 수 있게 한, 뭉근한 난로같은 관계.

가장 힘든 시기에 접한 종이백(U.MART)을 새출발을 앞둔 시기에 다시 접한다던가,

비의 목에 걸려있던 종이백 쓰레기=환경부담금(500원)이 발생하는 종이백이라던가,

비ㅡ바다ㅡ유영> 비(雨)ㅡ바다ㅡ유영(游泳)으로 이어지는 확장이 소름끼칠 정도로 좋았다.

곰인형으로 유영의 변화를 묘사하는 장면들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조개목걸이를 한 곰인형과 검은 비늘이 나란히 놓인 마지막 장면에선 눈물이 찔끔 나왔다.

이 이별은 영원한 이별이 아니다. 모든 것은 결국 바다로 통하니까.

바다가 메마르지 않는 한 둘은 영원히 이어져 있을 것이다.

비에게 조개 곰돌이 목걸이가 있듯이. 유영에게 검은 비늘 한조각이 있듯이.

부산을, 바다를 좋아한다면 놓쳐선 안될 작품.

쨍쨍한 햇살아래 적막한 모래사장을 거닐고 싶다면, 해질 무렵의 노을진 바다가 그립다면,

혼자서 버티기 힘든 고통에 시달린다면, 인어에 대한 환상이 있다면 이 유영의 동행이 되어주세요.

현실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작가님의 세계관 최고다.

어딘가에 연옥과 인어가 실존할 것 같아.

전라도 사투리하는 인어라던지, 서울 사투리하는 인어라던지, 북한 말하는 인어라던지... 다 만나보고싶다.

작가는 내게 그런 환상과 희망을 심어준다.

 

키워드: 부산, 광안리, 인어, 곰인형, 환경보호, 비늘, 조개껍질, 바다, 가정폭력, 사투리
꼬리(연결고리): 장례식케이크 전문점 연옥당

-산호작가의 다른 작품.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죽은자를 위한 케이크를 만드는 연옥당 이야기.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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