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만화 | 오빠가 사라졌다 | 종이책 | 경선 | 넥서스BOOKS | ★★★★★ |
후기 'N번방 처벌, 어디까지 왔나'
"나는 쟤랑 다르지"에서 "쟤"를 맡고 있는 평범한 남자들 이야기.
N번방이 이슈화된지 약 10개월. "마지막에 잡히면 가장 가혹한 처벌"을 말하던 그때와 지금의 풍경은 얼마나 다를까.
<오빠가 사라졌다>는 '주변인이나 가족이 성착취물 범죄자라면?이라는 가정하에,
평범한 남자들의 심리와 행동을 거침없이, 그리고 사실적으로 표현한다.
'평범하다 : 뛰어나거나 색다른 점이 없이 보통이다.', '보통 : 특별하지 아니하고 흔히 볼 수 있음'.
작중 묘사된 남자들은 특별히 유별난 구석이 없다. 그저 평범하게 페미니즘이 병이라고, 남자가 야동 좀 볼 수 있다고 말한다.
한쪽에서 26만명이라는 숫자에 경악하고 있을 때,
'모든 남자가 그런 것도 아닌데 왜 일반화 하느냐. 범죄자 취급하지 말라.'고 날 세우곤 한다. 그런 평범한 남자들이다.
피해자의 고통을 생각하며 함께 울부짖는 평범한 여자들 vs 내 가족이 피해자라고 생각하면 끔찍하다고 하는 평범한 남자들.
본인에게 일어난 일이나 관련된 일이 아니면 공감하지 못하는 결여는, 두 평범함의 차이는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우습게도 남자 범죄자들의 되도않는 자기변호에는 구구절절 공감하며 눈물 흘리더란... 예-모텔투숙객 살인자)
아마, '내 일이 되지 않'으리라는 기득권층의 비대한 자의식이 뒷받침된 것이리라 짐작해본다.
어느 순간부터 N번방 가담자 체포소식이 뜸해졌다. (실명공개된 범죄자는 몇이더라...? 학교로 돌아간 미성년자는 몇이라고...?)
그리고 어제, 디지털교도소 운영자를 체포했다는 기사가 연이어 보도되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관리자 중 한사람은 N번방 사건 피해 가족이었다.
혹자는 이를 두고 사법부를 향한 도전으로 받아들이던데, 법원이 일을 안하니 그렇겠지요...
방식은 잘못됐지만 이런 사적인 제재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절실함을 어찌 못본 척 하시는지.
손정우도 N번방 주동자들도 잡히기까지 긴 시일이 걸렸는데, 디지털교도소 운영자는 국제적인 협조와 함께 쉽게 검거되었다.
매번 확인하고 있고, 누누히 말하고 있지만 못하는게 아니다. 안하는 거다.
적당히 벌주고 적당히 이슈화 시키면서 여자들을 쥐락펴락하는 모습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N번방? 전혀 잊히지 않았다. 언론과 국가가 사람들 관심에서 잊혀지길 기다리고 있는거겠지.
우리는 아직도 두 눈을 부릅뜨고 감시 중이다. N번방 처벌은 어디까지 왔나.
사법부에 대한 신뢰는 누가 떨어트렸나. 누가 우릴 분노케 했나. 누가 범죄자들 인생을 걱정하고 있나.
안타깝게도, 작중 결말처럼 그들은 언젠가 아마도 근시일내에 돌아올 것이다.
아무 일 없었던 듯 사회 속에 숨어들 것이다. '앞 날이 창창하다'며 숨겨줄 것이다. '이정도면 충분히 노력했다'며 생색 낼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변했다. 엄마, 언니, 동생, 친구 모든 여자가 변했다. 사회인식이 변했다. 너희만 빼고 모든 것이 변했다.
더 이상 눈가릴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의 일상과 우리의 일상이 다른 것을 너무나 잘 알고있으니까.
그리고 세상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그렇게 되게 만들테니까.
언제 어디서 범죄 대상이 될 지 몰라 공포에 시달리는 여자들처럼,
언제 어디서 범죄행각이 발각되어 체포될 지 몰라 평생을 공포에 시달리길 바란다. 너희의 일상은 더이상 평온하지 않을 것이다.
여자들은 미래로 간다. 함께 하자고는 말하지 않겠다. 부디 앞길만 막지마라.
키워드: 여성인권, 미성년자 성착취, 불법동영상, 텔레그램, N번방, 디지털교도소
꼬리(연결고리): 눈 밖에 난 자들
-평범한 남자의 평범한 심리. 그에 맞서는 여자들. '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면 직접 처벌한다'를 몸소 실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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