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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독서기록

140. 내가 말하고 있잖아-20.09.06

by 독서의 흔적 2020. 9. 7.

한국소설 내가
말하고 있잖아
종이책 정용준 민음사 ★★★★★

 

후기 '내가 (이렇게) 말하고 있잖아 (잘 들어봐)'

하고싶은 말이 목구멍까지 차오르지만, 좀처럼 말 할 수 없어 답답했던 적이 있는가?

겨우 내뱉은 말에 바람이 샌다’, ‘잘 들리지 않는다’, ‘왜 그렇게 떠느냐는 핀잔을 들은 적이 있는가.

여기, 사랑받는 것보다 상처받는 것에 더 익숙한 소년이 있다.

말더듬 증상이 있는 열네 살 소년은, 자신을 수용하지 않는 세상에 불만이 가득하다.

불쌍한 내 아들이라며 자신을 포옹하는 엄마, ‘친구가 되어줄게하며 다가오는 누군가,

시간 많으니 천천히 교과서를 읽어보라는 국어선생, 언어교정을 시켜주겠다는 원장까지.

그저 모든 것이 귀찮기만 하다. 마음을 열면 돌아서서 욕을 던지며 떠날 것만 같다.

상처받기 전에 날이 선 눈빛으로 다가오는 사람들을 밀어낸다.

그런 소년 주위로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속으로 부정적인 평가를 하면서 스리슬쩍 밀어내지만,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자꾸만 자신을 응원한다.

'후', '후' 얕은 숨을 불어넣으며 꽁꽁 얼어붙은 마음을 조금씩 녹인다.

'할머니'의 계피사탕, '노트'의 잘했어, '하이'의 복수하자, '토스트'의 글을 잘 쓰는구나,

'처방전'의 돈까스, '용감'의 꼭 고쳐. 수많은 다정함과 응원의 목소리가 소년을 어루만진다.

''하지 못한 마음의 '소리'를 노트 위에 ''로 옮기고,

얼얼해진 손과 빼곡히 채워진 노트를 보며 소년은 수다스러운 자신의 모습에 놀란다.

부정적인 단어로 가득하던 노트엔 어느새 동료의 이야기와 일상의 언어가 자리잡았다.

마음이 글로, 글이 마음으로, 이내 소년의 입을 통한 말이 된다. ,,안녕이 안녕이 되는 순간.

말을 더듬는다 해서 말수가 적은 것이 아니고, 말을 더듬는다 해서 말을 못하는 것이 아니다.

외모가 다르고, 목소리가 다르고, 지문이 다른 것처럼 말하는 방식이 다를 뿐이다.

그저 글쓰는 것과 같이, 말하는 것이 어려울 뿐이다. ‘걸음마가 조금 늦을 뿐이다.

인정도 부정도 필요없다. 그냥 있는 모습 그대로의 나, , 우리.

'다름''틀림'으로 규정하고, 그것을 고쳐야한다고 강요하는 사회를 향해

'고쳐야 할 것은 너의 시선이고, 너의 방식'이라고 외친다.

"우리가 (이렇게) 말하고 있잖아 (잘 들어봐)“

 

+) ..해와 내... 이야기와 말. 너와 나.

타인과 소통하는 방식에 대해서, 그리고 말의 무게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여전히 말하기가 어렵고, 쓰기도 어렵다. 아니, 애초에 쉬워선 안되는 것들이 아닐까.

말로 상처를 주고, 치유할 수 있다면 나는 후자의 말을 하고싶다.

 

+) 학교에선 아는 척 하지 말자던 노트가, 24번이 되고 발렌타인 초콜렛을 건네고.

그 나이에 주고받을 수 있는 우정과 애정 사이의 그 애매모호한 감정.

감정표현에 익숙치 못한 이 꼬맹이들을 어쩌면 좋을까ㅠㅠㅠㅠ 

 

인상깊은 구절

1. 말을 잘하게 해 주는 곳이 아니야. 말을 하게 해 주는 곳이지.

용기가 없는 사람에게 용기를 내라고 할 순 없는 법이거든.

용기가 부족한 사람에게는 용기를 내라고 할 수 있지만 용기란 게 눈곱만큼도 없는 사람에겐 그렇게 말해선 안 돼.

당연하지. 낼 용기가 없으니까. 힘없는 사람에게 힘내라는 말도 이상해. 힘이 있었으면 힘을 냈겠지. 안그래?

 

2. 왜 사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그냥. 그냥 살아.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다 그래.

그냥 사는 게 사는 데 있어 가장 큰 이유야. 다른 이유는 없어.

돌멩이가 왜 딱딱한지 아니? 왜 나무는 말을 못 하게? 몰라. 나무도 돌도 몰라.

사람도 그래. 사는 데 이유는 없어. 이유를 찾기 시작하면 사는 건 피곤해지고 슬퍼진단단.

 

3. 우리에게 노트는 얼린 말을 담는 보자기 같은 거야. 어려운 말이 있거나 자꾸 깨지는 단어가 있으면

여기에 빠짐없이 적어. 그리고 틈날 때마다 연습하고 또 연습해 보는거야. 노트에 적은 것은 절대 깨지지 않거든.

 

키워드: 노트, 계피사탕, 굴, 얼음, 하마, 24번, 스피치, 스프링 언어 교정원, 화분
꼬리(연결고리): 마음을 읽는 아이 오로르

-'말'과 '말'. 입으로 말하지 못해도 다양한 방식으로 말할 수 있다. '말하기'의 경계를 허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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