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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독서기록

141. 지구에서 한아뿐-20.09.07~09.08

by 독서의 흔적 2020. 9. 11.

한국소설 지구에서
한아뿐
종이책 정세랑 난다 ★★★★★

 

후기 '이토록 무해한 사랑'

지구인과 외계인의 기막힌 사랑언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어디까지 가닿을 수 있는가.

여기, 오직 한사람을 만나기 위해 2만 광년을 날아온 외계인이 있다.

우주에서 하나뿐인 존재를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고, ‘사랑이라는 확신만을 믿고 지구에 왔다.

그리고 자신을 두고 떠난 연인에 대한 분노의 마음을 뒤로하고 사랑고백을 받아들인 하나뿐인 존재, 한아가 있다.

지나고 보니 사랑이었지만, 어쨌든 시작은 분노였던 마음이 있다.

모난데 없이 둥근 사랑. 숨김없는 솔직한 애정표현 앞에 한아는 급속도로 빠져든다.

, 사랑이네요. 달아도 지나치게 달다. 사르르 녹아드는 솜사탕 같은 사랑.

다정하고 물결처럼 일렁이는 사랑이야기를 내내 기다렸다.

물 샐 틈없이 꽉 들어맞는 사랑 앞에선 그 흔한 질투의 감정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항복합니다.

하나뿐인 한아 주위를 맴도는, 넓디 넓은 우주에서 온 행성같은 사랑.

빙글빙글 도는 프로포즈 반지처럼 서로를 향한 마음이 빙글빙글 돌아간다.

좋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이 좋다는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언어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만 같다.

지구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저탄소 운동을 하는 한아와, 탄소대화를 하지 않는 외계인의 사랑은 필연적인 운명이었다.

둘 사이에 놓인 2만 광년이라는 거리조차 사랑 앞에서는 수치에 불과했다.

우주가 끝나는 그날까지 빚과 함께 빛나는 사랑하길.

결코 변하지 않을, 지구에서- 우주에서 하나(한아)뿐인 사랑.

 

+) 좋다. 참 좋다. 끝나는게 아쉬워서 마지막 장을 한참동안 붙들고 있었다. 

많은 말이 필요하지 않은, 부연설명을 붙일 수록 퇴색될 것만 같은 그런 이야기.

 

 

인상깊은 구절

1. 한아를 위해서라면, 우주를 횡단할 만큼 전 확신이 있어요.

 

2. 어쨌든 반지 자체가 사실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요. 반지가 상징하는 게 문제지.

"한아하고 함께 있고 싶다는 마음, 상징하는 거 맞죠?"

"죽음이 갈라놓을 때까지."

"죽음 후에도요. 한아가 아니면 지구에 있을 의미가 없어요."

 

3. 바보 같다고 생각 안 해. 한 번도 너 바보 같다고 생각한 적 없어.

넌 같은 자리에 있는 걸 지키고 싶어하는 거잖아.

사람들이 너무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들을.

난 너처럼 저탄소 생활을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어.

 

4. 사실 지금 이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난 괜찮은 것 같아. 우주가 아무리 넓어도 직접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이야기들이 있으니까. 이거면 됐어.

 

5. 그거 알아? 내가 너한테 반하는 바람에, 우리 별 전체가 네 꿈을 꿨던 거?

하지만 첫번째로 널 보고 널 생각한 건 나였기 때문에 내가 온 거야.

 

6. 도저히 잠들 수 없었어. 꿈을 꿀 수 없었고, 고체로 된 안족이 우리 행성에는 존재하지 않는 액체가 되어가는 것

같았어. 액체 상태가 없거든. 죽으면 기화해버려, 가스로. 그런데도 액체 상태인 마음을 알았으니, 나 역시 어느 순간

내가 속한 곳을 닮지 않게 된 거지. 그러다가 망원경 조종법을 잊게 될 정도였어. 한곳에 고정되어버렸으니까.

 

7. 나는 탄소 대사를 하지 않는데도 네가 내뿜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싶었어. 촉각이 거의 퇴화했는데도

얼굴과 목을 만져보고 싶었어. 들을 수 있는 음역이 아예 다른데도 목소리가 듣고 싶었어.

너를 위한, 너에게만 맞춘 감각 변환기를 마련하는 데 긴 시간이 들었어.

 

8. 한아에게 경민이란 이름은 고유명사가 아니라 보통명사처럼 여겨졌다. 아주 특별한 사랑을 이르는 말.

이제 그 사랑의 온전한 소유권은 이 눈앞의 존재에게 있었다. 언젠가 사라질 섬에서, 사라지지 않을 감정을 가지고

두 사람은 잠이 들었다.

 

9. 한아의 모든 세계가, 경민의 입술에서부터 폭발적으로 뻗어나갔다. 다시 집이 생기고, 별이 생기고, 무한대로

뻗은 항로가 생겼다. 숨을 내쉬었다. 우주적인 입술이었다.

 

10. 흔하지 않지만 어떤 사랑은 항상성을 가지고, 요동치지 않고, 요철도 없이 랄랄라 하고 계속되기도 한다.

우주 가장자리에서 일어나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 러브 스토리의 시작이면서, 끝이었다.

 

키워드: 우주, 지구, 광물 외계인, 반지, 경민, 망원경, 사랑, 저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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