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래픽노블 | 시녀이야기 | 종이책 | 마거릿 애트우드(원작) 르네 놀트(그림) |
진서희 | 황금가지 | ★★★★☆ |
후기 '이 거대한 흐름을 우리가 막을 수 있을까'
원작이 워낙 방대하다보니, 상당히 축약되어있는 느낌. (532p>240p)
소설로 읽을 때는 서서히 잠식당했는데, 그래픽노블로 읽으니 시작단계부터 작품 속 주체가 된 듯 한 기분이었다.
몇몇 장면이 생략되다보니, 오브프레드의 감정변화를 딱히 느낄 수 없었다.
이 작품의 묘미는 ‘왜 저렇게 행동하는거지?’ 싶었던 오브프레드를 점차 이해해나가는 과정에 있다고 보는데,
원작을 보지않으면 그걸 따라갈 수 없게 만들어놓은 점이 아쉬웠다.
그럼에도 상상만 하던 장면이 칸칸이 구현된 모습을 보는건 꽤 즐거웠다.
특히 꽃이 시녀들로 바뀌는 연출은,
붉은 빛과 어우러져 오브프레드가 처한 절망스러운 상황을 시각적으로 체감할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
여러 사건들로 인해 정부에 큰 실망감을 느끼고 불신이 커진 지금 이 시국에 읽으니 더욱 무력감이 느껴진다.
원작을 읽었을 당시에는 ‘아무리 상황이 악화되더라도 이렇게 되도록 두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샘솟았는데,
지금은 ‘우리가 아무리 저항한들 그 흐름을 막을 수 있을까...?’는 의문만 되풀이하게 된다.
이 모든 설정이 부디 작가만의 상상으로 끝났으면 하는 찝찝한 불안감이 짙게 남았다.
부디, 먼 훗날 <시녀이야기>가 일종의 예언서로써 박물관에 전시되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바이다.
다들 언급하는 폰트는 1pt만 컸어도 가독성에 문제 없었을텐데 아쉽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어 선택한 폰트겠지만, 이래저래 읽기 불편해서 눈이 아팠다고 합니다.
인상깊은 구절
1. 예사라는 건 익숙해진다는 뜻이다. 지금은 예사롭지 않아보여도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지. 예사가 될 거다.
2. 재닌에게는 두 번째 아기였다. 그녀는 아이를 낳아본 적이 있다. 그러면 이 진통을, 이후에 벌어질 일을 기억하고 있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그 누가 다 끝난 고통을 기억할가? 오직 고통의 그림자만이, 정신이 아닌 몸에 남겨진다.
고통이 남긴 흉터는 너무 깊어서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으미 잊어버린다.
3.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흘렀다. 무심한 아이가 물가에 너무 가까이 빚어놓은 모래 여인처럼,
시간은 내 위로 스쳐 지나가면서 나를 씻어내 버렸다. 나는 빛나는 사진의 표면 뒤로 저 멀리 있는 그림자에 불과하다.
죽은 엄마들이 그렇듯이 그림자의 그림자가 되었다. 딸의 눈을 보고 알았다. 나는 그 안에 없다는 걸.
키워드: 시녀, 대리모, 대리출산, 오브프레드, 오브글렌, 메이데이
꼬리(연결고리): 시녀이야기(원작)
-부디 시녀이야기는 원작소설부터 읽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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