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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독서기록

184. 비단공장의 비밀-20.11.20

by 독서의 흔적 2020. 11. 22.

그림책 비단공장의 비밀 종이책 김유진 ★★★★★

 

후기: 이토록 숭고한 삶이란

소장한 그림책 중 세로로 보는 그림책은 처음이 아닐까.

화려한 표지와 고양이 그림에 홀린 듯이 샀더니, 내용은 더 이뻐서 넋놓고 읽어버렸다.

"달빛 하나, 이슬 한 방울, 햇빛 한 줌으로 세상에 펼쳐 낸 비단 한 폭" 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밤 고양이들이 수만 가닥의 실을 빚어내고, 베틀에서 시간의 비단을 짜고, 낮 고양이들이 햇빛에게 줄 선물을 준비한다.

물 샐 틈 없는 완벽한 분업으로 밤과 낮의 공백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공장.

누군가는 검은 보석을 캐고, 누군가는 샘물을 캐고, 누군가는 붉디 붉은 빛으로 실을 물들인다.

달이 지고 해가 뜨고, 해가 뜨고 달이 지고.

저마다의 손으로 갖은 정성과 열정을 쏟아부어가며 비단 꽃을 틔운다.

새로운 생명을 틔워내는 것은 이렇고 고되고 힘든 일이다.

고이 접힌 책장을 활짝 펼쳐 툭-! 하고 만개한 꽃을 보면서 흥분하다가도

나도 모르게 엄숙해지는 것은, 이 숭고한 몸짓을 익히 알기 때문이다.

이 아름다운 책을 보면서 말로 형용하기 힘든 기분을 느꼈는데, 작가의 의도보다 더 먼 곳을 내다본 것이 원인이리라.

세상사 당연한 것은 없다. 길가의 꽃 하나도 허투루 피는 법이 없다.

활짝 핀 꽃이 있다면 누군가 물을 잔뜩 머금게 보살핀 덕분이고, 꽃이 잘 자랄 수 있게 영양분을 공급했기 때문이다.

삶은 이렇게 숭고하다. 세상사 모든 것에 수많은 손길이 더해져있다.

쉴 새 없이 돌아가는 비단공장처럼, 우리네 인생도 누군가의 도움으로 쉴 새 없이 돌아간다.

길가에 흐드러지게 핀 꽃무덤을 볼 때면, 밤과 낮의 고양이를 어렴풋이 떠올릴 것이다.

검은 보석을 캐올리던 자그마한 손짓을, 수만가닥의 실을 새벽이슬에 물들이던 자그마한 손짓을.

 

쉿, 너만 알고 있어. 여기서 조금만 걸어가면 장미 정원이 있는데, 그 장미들은 고양이들이 직접 짠 비단으로 틔운거래.

 

 

키워드: 고양이, 비단공장, 꽃, 시간의 비단, 달빛과 새벽이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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