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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독서기록

13. 애너벨-18.09.26

by 독서의 흔적 2020. 4. 6.

영미소설 애너벨 전자책 캐슬린 윈터 송섬별 자음과모음 ★★★★★

 

후기

본능적으로 '쉬면서 읽으면 안되겠다.'고 느낀 책.
한 아이의 길고 긴 여정을 함께 했다.
남성으로서의 성기와 여성으로서의 성기를 모두 가진 이 아이가 어떻게 자라날지 무척 궁금했다.
세상이 그래왔듯이 그저 한쪽의 모습만을 강요받은채로 살아가겠지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야기의 흐름은 내 예상과도 같았고, 책장을 넘길수록 숨이 가빠지고 가슴한켠이 답답해졌다.
웨인이 주변인들로 인해 조금씩 변화를 겪을 때마다 나는 온 맘 다해 이 아이를 응원하게 되었다.
진심으로 웨인이 행복해졌으면 했다.
그것이 남자의 모습이든, 여자의 모습이든, 둘다이든.

메이크업을 한 웨인의 모습을 상상할 때에는 나도 모르게 '그래 여자라면 화장을 해야지.

그래야 여자다워 보이겠지.'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런 생각을 조금씩 고쳐나가려고 읽은 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어찌됐든, 웨인은 수많은 관계와 갈등 속에서 본인이 가장 바라는 본인의 모습을찾아냈고,

그리고 세상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그 앞길이 험하디 험한 가시밭길이라도 웨인은 잘 견뎌낼 것임을,

영리하고 단단한 아이가 되었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아니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이 이야기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책장을 덮으며 든 생각은- 이 이야기의 소재가 된 아이는 어떻게 자랐을까. 였다.
세상이 이토록 급변하고 있지만서도, 그 속도를 이겨내지 못한 탓인지 사람들의 인식은 더디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너는 그냥 너일뿐이라고 자그마한 목소리로 귓가에 속삭이고 싶다.

두팔 벌려 꼬옥 안아주고만 싶다.
나는 너의 모든 모습을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세상에는 수많은 다른 생각과 시선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배웠고,

이 모든 것들은 그들이 살아온 인생에 근거하여 만들어진다는 것도 배웠다.

나는 재신타이자 트레드웨이이자 토마시나이며 때로는 월리인 것이다.
그렇기에 더 많이 공부하고 더 유연한 시각을 키울것이다.
언젠가 내게 찾아올지도 모르는 웨인을 위해, 세상의 모든 웨인들을 위해서 그리고 그 무엇보다 나 자신을 위해서.

지금 이순간- 내면에 숨겨져있던 본인의 모습을 발견해낸 웨인이 몹시도 부러울따름이다.
남자일 이유도 여자일 이유도 없는 그저 바로 나 자신을 받아들일 용기가 내게도 절실하다.
젠더를 떠나,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바라보게 해주는 아름다운 책.

 

 

인상깊은 구절

▶메이크업은 무언가를 과장하고 있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잘 알 수 없었지만, 메이크업은 어떤 것을 과장하는 동시에 어떤 것은 희미하게 만들고 있었고,

녹색 구두 때문에 발이 옥죄어 오기 시작했다. 발이 신발 속에서 끝없이 자라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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