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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독서기록

45. 이수정 이다혜의 범죄영화 프로파일-20.04.25

by 독서의 흔적 2020. 4. 26.

 

 

비평/여성문제

이수정 이다혜의

범죄영화

프로파일

종이책

이수정, 이다혜

최세희, 조영주

민음사 ★★★★★

 

후기 '영화, 때로는 흥미진진하게 때로는 불편하게'

법의 날에 딱 맞는 책이 아닐리 없다.

이 책은 더 아껴놓고 잃고 싶어서 미루고 있었는데, 

꺼낸 책마다 족족 실패하는 바람에 눈물을 머금고(?) 꺼내들었다.

플래그를 덕지덕지 붙이고 숨가쁘게 완독하고나서 느낀점은

피해자의 이름을 굳이 언급하지 않고, 철저히 가해자만 부각시킨 것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여유를 즐기고자 보고있는 영화에 정말 불편한 시점은 없었는지 되돌아 보자.

온갖 피해를 다 입고는 살해당한 여성, 범인으로 조작된 소외계층들, 지나치게 조명되는 가해자들.

무심코 흘려보낸 수많은 편견과 혐오의 시선이 있을 것이다.

이를 법적인 개념에서 보면 처벌이 가능한지, 처벌이 과하거나 약하지는 않은지,

가해자들의 심리는 어떠한지, 피해자의 심리는 어떠한지,

조용히 두분의 대화를 따라가다보면

이다혜 작가님의 분노에 고개를 열심히 끄덕이다가도

이수정 선생님의 '그럼에도 과거에 비해 많이 바뀌었고, 나아가고 있어요.' 라는 말에

안도와 슬픔사이 어디쯤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누가 봐도 명백한 잘못임에도 아직까지 논의가 끊이질 않고,

득이 될 것이 없는 논제는 뒷전으로 하는 행태를 보고있으면

이것이 나아진 거라니 하는 생각에 절망의 한숨을 내쉰다.

그러곤 고개를 돌려서 '미성년자 의제강간 연령을 바꾸고자 한다는 기사를 다시 읽으며

그럼에도 나아가고 있구나하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판결들이 하루에 몇개씩 쏟아지지만,

우리는 혼자가 아니며 함께 연대할 수 있음을 잊지말자.

혼자가 아니었기에 현재를 이끌어냈음을 항상 기억하자.

한때 추리소설, 스릴러(지금와서 보니 주로 피해자가 여성이었던)만 찾아 읽던 내가

이제는 그런 것들과 서서히 멀어지고 이런 책들을 자발적으로 읽고 있다.  알고나면 과거로 돌아갈 수가 없다.

이런 변화가 나에게만 생기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두걸음 전진 했더니 한걸음 후퇴했다며 분노할 때도 있지만, 느리지만 꾸준히 그렇게 세상은 바뀌어가고있다.

지금의 우리가 암흑을 걷고 있다고 해서 포기하지 말자,

앞으로 살아갈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함께 소리내고 나아가야 할 것이다.

최근 이래저래 정신이 피폐해져 있었는데, 연대에 대해 차분히 생각하게 하는 의미있는 독서였다.

 

아, 그리고 민음사 유튭으로 만났던 천재디자이너님의 센스를 여기서 볼 수 있어서 반가웠다.

팟캐스트를 기반으로 한 만큼 가독성이 좋아야한다고 생각하는데,

확실히 이렇게 편집되어있으니 걸리적거리는 것이 없어서 술술 읽혔다

책 구겨지는 것 싫어하는 나에게 최적인 편집이었다.

 

인상깊은 구절(하나하나가 다 인상적이어서 뭘 골라야 할지 모르겠다)

1. 작은 역할 속에 여성을 매어 두려는 것도 가스라이팅 입니다.

사회적으로 여성의 역할이 1등 시민의 역할은 아니라고 보는거죠.

2등으로, 철저한 타자로 지배를 받아야 하고, 지배를 하는 사람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종류의 가스라이팅입니다.

 

2. 친족에 대한 범죄 통계는 산출되지만 그것을 세분화하여 부부간에

얼마나 폭력이 일어나는지는 현재의 통계로는 산출할 수 없습니다.

애당초 입력 자체를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경찰에서 사건이 입건이 되면 전산상에 입력을 해야 하는데,

그 전산 항목에 부부라는 항목이 아예 없습니다. 놀라운 일이죠.

 

3. 우리 사회가 가정을 바라보는관점이 바뀌어야 합니다. 폭력이 상존하는 곳은 전쟁터지 가정이 아닙니다.

가정이 국가의 사법권도 침해할 수 없을 정도로 무소불위의 위치에 있는 듯 취급하는 현실을 개선해야 합니다.

그것은 현실에서 괴리된, 지극히 미화된 인식이니까요.

 

4. 가정 폭력처벌법은 개정이 잘 안 됩니다. 여전히 가정 유지가 제일 중요하다는 가부장적 사고 때문입니다.

폭력이 일어나는 가정을 계속 가정이라고 우기는 고루한 사람들이 여전히 재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에게는 폭력을 행사하는 가정이라도 친부모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5. 성관계 시 동의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폭력이고 강간이라는 말이 나오면,

'그럼 손잡을 때도 물어봐야 해?'라면서 모든 행동에 다 동의를 구해야 하느냐고 되물어오기도 하는데요.

실제 성관계에 이르는 과정에서 한 번도 동의를 구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갑자기 매번 물어볼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기가 막힙니다.

 

6. 이런 사건들을 볼 때마다 우리 사회에 개정의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 의구심이 듭니다.

수레바퀴가 계속 돌아가게 만드는 것은 시스템인데, 개인만 처벌하고 시스템은 공고히 하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일이 커지면 그중에서 약한 고리만 선택해서 끊어 내는 것이죠.

 

7. 남자들. 특히 나이 든 국회 의원은 스토킹을 정의하기가 애매하다는 이유로 입법에 소극적입니다.

옛날로 보면 구애 행위로 볼 만한 행동을 스토킹이라면서 법적으로 제재하는 것이 타당하냐,

억울한 사법 피해자를 더 많이 양산하는 것 아니냐,

이런 종류의 논쟁이 오가다가 결국은 법사위까지 올라가지도 못하고 끊나는 식입니다.

 

8. 미성년자 의제 강간죄에 대한 연령 기준을 상향하고, 아동 유인 행위 단속을 위해 온라인상에서 함정 수사를 허용해야 합니다.

왜 마약만 함정 수사를 합니까. 이 정도만 우선적으로 개선되어도 첫 번째 단추는 성공적으로 끼울 수 있습니다.

 

9. 자신에게 직접적인 피래를 준 사람이 지배 계층이라도 그들을 공격할 수 없으니 만만한 쪽으로 눈을 돌려

자기방어력이 낮은 여성을 공격의 대상으로 삼습니다.

이들은 여성에게 무시를 당했다고 주장하는데 실제로 그런 경험이 있는지를 찾아보면 별로 없어요.

일종의 피해 의식이자 망상인 것입니다.

 

10. 인권은 중요하지만 누구의 인권도 절대 가치가 될 순 없습니다. 결코 한쪽만 옳고 한쪽만 틀리는 일은 없습니다.

결국 정부는 공동체가 안전하게 함께할 수 있도록 상호간의 양보를 이끌어 내고 갈등을 조정해야 합니다.

 

11. 문화 상품은 만들어진 당시의 사회적 인식을 담고 있기 때문에, 지금 만들어지는 많은 작품들 역시 십 년 뒤,

이십 년 뒤에는 지금과 다르게 해석될 것입니다.

훨씬 더 많이 나아져서 '어떻게 그때는 이런 것이 재미있다고 생각했지?'라고

느낄 수 있는 부분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12. 강간은 피해자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피해자를 주목하는 태도 자체가 잘못된 것입니다.

자기 절제를 못하는 가해자의 욕망이 문제지, 피해자가 어떻게 생겼느냐,

피해자가 어떤 특성을 가졌느냐는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사족

억울한 사법 피해자가 늘 수 있으니 스토킹 방지법은 안된다,

억울한 남자들 생길 수 있으니 함정수사 안된다,

낙태 합법으로 하면 수시로 낙태 할 수 있으니 안된다.

왜 생기지도 않은 가상의 남자 피해자는 걱정하면서, 실제 존재하는 억울한 여자 피해자는 뒷전으로 하는가

어느 성별에 더 이입하고 있는지 충분히 알 것 같고, 저런게 논리로 통한다는게 우습기만 하다.

 

키워드 : N번방, 미성년자 의제강간죄, 가정폭력, 함정수사, 인권, 가스라이팅 외 다수
꼬리(연결고리) : 을들의 당나귀귀

-문화, 사회운동 등 다양한 관점에서 여성인권에 대해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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