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 아무튼, 스릴러 | 전자책 | 이다혜 | 코난북스 | ★★★★☆ |
후기 '픽션과 현실의 구분'
내가 읽었던 아무튼 시리즈 중에서 가장 덕력으로 똘똘 뭉친 책이 아닐까 싶다.
이다혜 작가님이 어떤 글을 쓰셨는지 궁금해서 읽었는데, 스릴러가 주제임에도 유쾌하고 재밌었다.
(그러니까 음침한 사람만 스릴러 읽는거 아니라구요)
작가님이 언급하셨듯이 이런 장르를 읽다보면 결국 종착지는 논픽션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일까.
한때 장르소설에 심취하던 때가 있었다.
재밌었다. 범인을 추리하고, 예상이 맞아떨어지는 순간의 그 희열에 중독되었다.
그러다보니 사건의 잔인함이나 피해자는 외면한 채 추리라는 그 상황에만 집중했었다.
돌이켜보니 현실의 스트레스를 책으로 회피하고 있었다.
그 속에 어떤 혐오가 내제되어있는지도 모르고....
픽션과 현실을 떼어놓고 생각하자니,
현실의 범죄 양상에 빗대어 더욱더 잔혹해지는 픽션을 보면서
더 이상 일부 장르소설에 손 댈 수가 없게 되었다.
(짐승의 성, 살육에 이르는 병을 읽고나서 학을 뗐다.)
현실이 스릴러 뒤로 숨지 않게 하리라는 작가님의 말처럼
픽션같은 현실이 아닌,
픽션과 현실이 분리될 수 있게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책임감을 가져야한다.(작가님말 인용)
페이지가 적어서 금방 읽을 줄 알았는데 웬걸,
작가님이 언급하시는 책들 찾아보다가 예상한 시간의 배가 들었다.
책에서 책으로 이어진다는게 독서의 묘미 아니겠어요
인상깊은 구절
1. 나의 취미는 나를 구했는가 망하게 만들었는가. 그런, 나를 구원했는지 파괴했는지 모를 취미 중 하나가 소설,
그중에서도 스릴러 소설 읽기다. 그리고 원래 망한 인생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은 법이다.
2. 추리소설이 지능 개발에 좋다는 것은 이를테면 거대한 농담으로,
추리소설을 부모들이 근심하지 않고 자녀들 손에 쥐어줄 수 있는 그럴듯한 핑계가 되어주었다고 나는 믿고 있다.
지능 개발에 도움이 된다 한들, 사람을 죽이고 감쪽같이 사라질 방법을 창의적으로 상상해 높은 지능을 자랑해봐야
그 지식으로 사이코패스밖에 더 되겠는가 말이다.
3. 이 흐름의 뒤에 무엇이 올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여자들이 좋아하는' 이라는 말이 핑크빛의 달콤하고 부드럽고,
사랑과 행복을 마냥 기다리며 인내하는 성질의 것이 아니게 된 지 오래라는 사실은 흥미롭다. 아니, 신이 난다.
4. 통계수치 뒤에는 사람이 잇꼬, 명석한 추리 뒤에는 살해당한 사람의 시체가 있다.
잔인한 사건을 두고 "소설 같아요"라며 감한다는 일은 현실의 강력범죄를 비현실로 소비하게 일조하는 것은 아닐까.
5. 어쩐지 결론이 토정비결 점괘같이 되고 말았지만 우리가 아무리 서로의 안녕을 있는 힘껏 빌어주어도,
일간지 사회면에는 범죄가 넘쳐나리라. 잊지 말아야 하는 한 가지. 사건 뒤에 사람 있어요.
6. 논픽션이 하는 일은 그것이다. 독자는 구경꾼에 머무를 수 없다.
#문화계_내_성폭력 그리고 #meetoo 운동은 책 한 권이 되기보다 빠르게 사람들 사이에 퍼져나갔다.
한 시대를 가를 거대한 사건과 그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극화하는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수많은 여성이 입은 피해가 매일같이 언론을 장식하고, SNS 타임라인에 오른다.
7. 현실이 잔인하다고 잔인한 설정을 한껏 이용하는 창작물을 즐기지 말아야 할 이유는 없다.
현실의 문제를 픽션의 연장으로 밖에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그것은 문제가 된다.
'픽션'과 '픽션같은'은 전혀 다른 말이다. 픽션을 픽션으로 즐기려면 현실의 문제를 현실에서 해결하려는 책임감이 필요하다.
8. 나는 여전히 스릴러를 좋아한다. 그 사실은 종종 나를 괴롭게 한다. 내가 '파는' 장르의 구성 성분이 무엇인지,
쾌락이 어디에서 발생하는 지를 생각하는 일이 그렇다.
스릴러가 현실의 피난처로 근사하게 기능해온 시간에 빚진 만큼, 현실이 스릴러 뒤로 숨지 않게 하리라.
키워드: 스릴러, 픽션, 논픽션, 장르소설
꼬리(연결고리) :이수정 이다혜의 프로파일
-아무튼 스릴러는 책을 두고 이야기 한다면, 이 책은 영화를 두고 여성인권에 대해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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