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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독서기록

36. 돌이킬 수 있는 -20.04.15~04.18

by 독서의 흔적 2020. 4. 21.

 

한국소설 돌이킬 수 있는 전자책 문목하 아작 ★★★★★

 

후기 '온몸으로 외치는 사랑'

"왜겠어요"어떤 부연설명도 필요하지 않은 마지막 한마디.

제목이며 엔딩까지 맘에 들지 않는 것이 하나도 없다.

술술 넘어읽어나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나중에 보니 한장을 두고두고 곱씹고 있더라.

서리의 이야기가, 여준의 이야기가 진행될 때마다 남은 페이지 수를 확인하며 안절부절했다.

이대로 나도 같이 여준의 시간 속에 갇혀있고만 싶었다.

백년이 훌쩍 넘는 시간동안 고생한 서리에겐 미안하지만, 이들의 이야기가 끝이 나지 않길 바랐다.

남의 사랑이야기 읽는 거 좋아하지 않는데, 이 책만큼은 예외로 두기로 했다.

사랑이라 말하지 않았지만, 이것은 사랑이다.

시간을 수도 없이 되돌리며 정여준의 미래를 지키고자 했던 윤서리의 사랑,

죽어버린 딸을 대신해 신가영을 지키고자 했던 최주상의 사랑(비뚤어진 부성애),

자신을 지키고자하는 윤서리를 지켜봐온 정여준의 사랑.

 

사랑에는 수많은 장애물이 뒤따른다지만, 이건 정말 너무하다 싶을 정도의 장애물이었다.

신이 나한테 단 한발의 총알만 허락해주신다면 나는 기꺼이 서형우에게 쏘리라.

비원과 산성을 주무르며 이들을 몰살시키고자 하는 서형우를 보며 '진짜 괴물은 누구지?'하는 분노로 가득했다.

두려움은 인간의 사고회로를 정지시킨다는데, 이건 해도해도 너무 하잖아요.

자신이 살고자 섹터의 사람들이나 회사의 사람들을 장기말처럼 무신경하게 휙휙 던져대는 그야 말로 괴물이 아닌가.

어떻게 보면 그의 존재가 있었기에 이들의 극적인 삶이 더 부각 될 수 있었지만, 아 작가님 저는 너무 힘이 드네요...

단 하나 정여준의 미래를 보고싶어서 백년동안 시간을 되돌리고, 같은 결말을 보는 서리의 고통을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얼마나 외로웠을까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시간을 되돌리고, 과거의 행동을 되짚으며 하나하나 새로운 과거를 만들어가는 서리를 보면서

그 고독한 싸움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그렇게라도 서리의 고독을 떨쳐낼 수 있다면...

수없이 많은 여준의 죽음을 보면서 단 하나 생각하지 못했던 방법을 떠올렸을때,

그것이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는 것이었을때,

망설임 없이 행하는 그녀를 보면서 이 고통이 드디어 끝이 나겠구나 싶었다.

(사실 남은 페이지 수를 확인하고서야 확신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또 안절부절 했을 것이다.)

 

백년을 훌쩍 넘어서야 비로소 돌이킬 수 있었다.

"무사해서 다행이다" 이 한마디와 그녀의 미소에 얼마나 많은 감정이 담겨있었을까.

서리도, 여준도, 비원도 산성도 모두 무사해서 다행이다.

예측할 수 없는 행동을 벌이는 그들을 보면서 어느샌가 나도 정이 들어버렸다.

자신의 시간을 내던지면서까지 한 사람의 미래를 살려보려 애쓰는 행동.

오직 한 사람의 안전을 위해 만든 위장 조직 그리고 위압적인 행동.

한 사람을 오래도록 보고싶어서 시간을 정지하고 또 정지하는 행동.

시간의 틈에 갇혀버렸지만, 그녀의 희망을 위해 고독을 감내하는 행동.

뭐겠어요...사랑이지.... 왜겠어요... 사랑이지....

그러니까 이것은 무수한 형태의 사랑이야기.

사랑이라 말하지 않아도 사랑이라 외치고 있는 눈부신 사랑의 이야기.

문 ㅠㅠㅠ목 ㅠㅠㅠ 하 ㅠㅠㅠ 하고 목놓아 외쳐본다.

 

인상깊은 구절

1. 10년 넘게 이어진 이 교전은 어느 한쪽이 무릎 꿇을 때까지 멈추지 않겠노라고 외치는 것처럼 패기가 넘쳤지만,

정작 그 소리 높은 각오를 들어주며 결과를 기대하는 눈망울이 없었다. 걱정해주는 입이 없었다.

도움을 주려는 손도 없었다. 공격하는 자는 있으나 중재하는 자가 없고, 응전하는 자는 있으나 응원하는 자가 없었다.

그것은 전투라기엔 불필요하게 화려했고 전쟁이라기엔 지나치게 고독했다.

 

2. 최주상이 얼마나 절박하게 절망했는지는 김현이만 알겠지. 절박과 절망은 함께할 수 없는 개념같이 보이겠지만,

신강영을 품에 안은 최주상한테 그런 건 문제 되지 않거든.

 

3. 도구로 사람을 찌르거나 사람으로 도구를 찌른다. 이게 벌을 각오하고 죄를 짊어지는 살인이야.

당신은 사람으로 사람을 찌르려고 했잖아.

 

4.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비극만큼이나, 사람이 사람을 죽지 못하게 막는 미련은 무겁고 괴롭다.

그는 그녀가 실패를 짊어지고 사느니 차라리 실패한 채로 평온하게 살길 바랐다.

 

5. 순간 묵직한 깨달음이 그녀를찾아왔다. 정여준의 마음이 지름길을 달리고 있었다.

자신의 시간을 늘리고 남의 시간을 가속한 탓에 사람의 마음마저 더 빠르게 움직이게 만들어버렸다.

본래는 그가 열 번 헤맨 끝에 발견하게 될 감정을, 한 번만 헤매고도 바로 손에 넣게 된 것이다.

절망이 공식처럼 답을 내렸다. 그녀는 판결문을 읽듯 중얼거렸다.

"나는 시간을 돌릴 때마다 새로운 정여준을 죽게 했구나."

 

6. 그녀는 계속해서 같은 시간으로 돌아가 그의 유언을 반복해 들었다.

정여준은 죽기 직전 매번 단 한 방울의 눈물을 보았지만, 수십 번의 눈물방울을 쌓아가는 윤서리에게는 통곡이었다.

 

7. "왜겠어요?" 정여준은 미소 지었다.

최주상이 그를 완전히 처음 보는 낯선 이로 느낄 만큼 찬란한 미소였다.

"왜겠어요."

 

키워드 : 싱크홀, 비원, 산성, 정지자, 파쇄자, 복원자,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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