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설 | 체공녀 강주룡 | 전자책 | 박서련 | 한겨레출판 | ★★★★★ |
후기 '뜨겁게 타오르다 저버린 횃불'
책장을 넘기다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인물 검색을 한다.
강.주.룡.
언제 태어났으며, 결혼은 언제 했고, 남편 최주빈은 병사한다...
'병사? 이제 막 독립운동 하러 집 떠나온 부분 읽는 중인데, 죽는다고...? 주룡이 이렇게 고생한다고?'
그러니까 모두들 모르는 인물에 대한 책을 읽을때는, 끝까지 모른 채로 읽자.
이럴거면 이 둘의 사랑놀음이 무슨 소용인가...급격하게 집중력이 흐려지는 찰나, 작가의 필력에 머리채 잡혀 돌아온다.
작가님 몸에 잠시 강주룡이 들어갔다 나왔나요?
눈앞에 생생한 주룡과 함께 간도에 가고, 평양에 가고, 통의부에 가고, 을밀대에 다녀왔다.
최주빈과 결혼을 하고, 독립군에 가담했으며, 과부가 되어 집을 떠나온다.
자신의 삶을 살기위해 고무공장에 들어가고, 또 노동투쟁을 한다.
어린 남편을 혼자 보내는 것이 두려워 독립운동을 함께 했고,
이혼당할까 두려운 친구를 대신해 노조에 들어간다.
평양의 고무공들을 위해 투쟁을 이끄는 장이 된다.
그렇게 누군가를 위한 마음은 이내 살기위한 주룡의 외침이 된다.
차마 누가 다칠 새라 자신의 몸을 바치고 마는. 활활 타오르다 저버린 횃불같은 사람.
노동투쟁을 하면서 그 누구도 다치지 않길 바라는 주룡을 보고있자면,
다쳐본 자만이 다친 자를 이해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깨닫는다.
간나여서가 아니라, 인간이라서 가능한 것임을.
주룡에게 이토록 공감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여성들이 처한 현실이 별 다를 바 없기 때문이겠지.
가슴이 차분히 끓어오르게 하는 책이었다.
정말 잘 읽은 책은 작가의 말에도 고개를 끄덕이며 밑줄을 긋는다.
"이 책의 이름은 끝까지 내 이름 옆에 놓일 것이다."
수많은 추천사를 포함하여 놓칠 것이 하나도 없는 뜨거운 이야기.
소리없이 잊혀진 강주룡을 책에 고스란히 옮겨 둔 박수련 작가에게 감사인사를 전한다.
인상깊은 구절
1. 머이가 우스우십네까? 간나는 독립에 보탬이 안 된답네까? 기야말로 옛 사상이 아님메?
2. 자라서 무엇이 될지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저 하루하루 살았다. 살아있기는 고되고도 즐거운 일이었다.
살아 있기만 해도 바빠서 눈코 뜰 새가 없었다. 장차 무엇이 되고 싶은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무엇이 될 수 있는지 가르쳐주는 이도 없었다.
3. 또 동무를 하나 잃었네. 이상할 만큼 아무렇지 않은 가슴을 주룡은 어루만진다.
윗가슴에서 돋아난 뼈들이 선명하게 손에 집힌다. 우리처럼 생긴 뼈 안에 뭔가 갇혀있다는 생각이 든다.
4. 공녀가 커서 공녀 되지 않구 머이가 되갔슴메. 기러매 이 자리 계신 동지들, 형님들이 바로 우리의 미래입네다.
형님들의 승리가 바루 우리의 승리인 고로 우리 잠사 동지들도 형님들의 총파업을 힘 모아 뜻 모아 지지하고자 합네다.
5. 내 배운 것이라군 예서 배워준 교육밖에 없는 무지랭이지마는 교육 배워놓으니 알겠습데다.
여직공은 하찮구 모단 껄은 귀한 것이 아이라는 것. 다 같은, 사람이라는 것.
고무공이 모단 껄 꿈을 꾸든 말든, 관리자가 그따우로 날 대해서는 아니 되얐다는 것.
6. 그런 욕을 할 줄 안다는 것은 그런 욕을 들으며 살아온 사람이라는것이 아닙니까.
나는 욕설은 듣는 쪽보다 하는 쪽의 품위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룡 씨는 어떻습니까?
7. 우습지 않습니다. 내가 이겼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당신 아주 탁월한 사람입니다.
싸우려고 태어난 사람 같습니다. 본때를 보여주시오. 나 따위 것 우습게 여겨버리시오. 알겠소?
8. 이천삼백 우리 동지의 살이 깎이지 않게 하기 위하여 내 한 몸뚱이 죽는거이 아깝겠습네까?
내래 배워 아는 것 중 으뜸 되는 지식은, 대중을 위하여 목숨을 바치는 것처럼 명예로운 일이 없다는 거입네다.
9. 달헌은 제 머릿속에서조차 말을 듣지 않는 그 여자를 속수무책으로 바라본다.
하늘로 올라가는 길처럼 빛나는 광목을 주룡은 단단히 붙든다. 사실은 두려워서 죽을 것 같은 표정이면서.
사실은 살고 싶어서, 그 누구보다도 더 살고 싶어서 활활 불타고 있으면서.
키워드 : 일제강점기, 독립운동, 노동운동, 여성노동자
꼬리(연결고리) 을들의 당나귀 귀, 박열
-을들의 당나귀 귀에 여성 혁명가와 여공 문학에 관한 파트가 있다. 그야말로 주룡을 위한 파트가 아닌지.
-제목은 박열이지만, 알고보면 후미코 이야기라면서요? 후미코의 사랑과 독립투쟁이 주룡의 그것과 많이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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