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 |
종이책 | 박상영 | 한겨레출판 | ★★★★☆ |
후기 '오늘 밤은 굶지 않아도 괜찮아'
익히 들어서 기대하고 있던 박상영 작가님의 작품.
책장에 남아있는 책들이 울적한 내용들이라 미리 밝은 책을 읽어두고 한 박자 쉬고 싶었다.
재밌다. 아껴읽어야지 했는데, '조금만, 조금만 더... ' 하다 정신차리고 보니 마지막 장이었다.
한국 문학에서 손을 뗀지 꽤 된 것 같은데, 본격적으로 독서를 시작하고 보니 좋은 작가들이 이렇게나 많이 있구나.
무심한 듯 휙 던져대는 말들이 쫙 하고 마음에 감긴다.
어떤 형태로든 허기를 느껴본 사람이라면 공감하며 읽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쉴새 없이 터져나오는 공감의 웃음 뒤에는 겪어본 사람만이 지을 수 있는 쓴 웃음이 뒤따른다.
열심히 산 당신, 때로는 굶지 않아도 괜찮다.
당신의 허기는 오늘도 열심히 버텨냈다는 증거니까.
인상깊은 구절
1. 상대방은 누구보다도 절실히 자신의 현실을 살아가는 중인데
타인이 왜 함부로 그 사람을 무엇이 되지 못한 존재로 규정하는 것인가.
2. 태초에 사념들이 있었다. 그러니까, 끊임없이 이어지는 생각들.
어릴 적에는 생각이 많고 다방면의 고민을 하는 게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능력이라고 믿었다.
지금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생각의 끝에는 언제나 자괴감이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생각을 인간을 외롭고, 공허하게 만든다.
3. 나는 내 온몸이 유전자의 증거임을 절감하며 조상 탓을 할 거리가 한 가지 더 늘었다는 사실에 내심 기쁘다.
그래 봤자 내 돈 주고 산 음식을 내 손으로 직접 목구멍에 밀어 넣었다는 사실이 변하지는 않지만.
4. 돈이 좋다. 돈이 좋고 꿈이 좋은데,
스무 살 때 봤던 그 불빛과 이 불빛이 도저히 같은 불빛일 수가 없는데,
이상하게 나는 또다시 그때의 나로 돌아간 것만 같다.
5.밥벌이는 참 더럽고 치사하지만, 인간에게, 모든 생명에게 먹고사는 문제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생각이라는 명제 앞에서 우리 모두는 저마다의 바위를 짊어진 시시포스일 수밖에 없다.
사족
박상영 작가가 왜 사랑받는지 알 수 있었다.
앞선 소설들 후기를 찾아보니 생각보다 호불호가 강하더라....
어쨌든 대중적인 작가이기는 한 듯.
'소설과의 결혼식'이 궁금하긴 하지만 에세이스트 박상영을 계속 보고싶다는 김혼비 작가의 말에 공감 오조억개 남긴다.
키워드 : 야식, 퇴사, LA, 표현의 자유, 꿈
꼬리(연결고리) : 덤플링
-작가의 몸을 보며 덕담인듯 건네는 상처의 말을 보면서 떠오른 책.
타인의 몸을 보며 이렇다 저렇다 말을 얹는 무례한 사람들이 읽길 바란다. 그들에게도 꿈이 있고 일상이 있다.
'2020년 독서기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32. 체공녀 강주룡-20.04.13~04.14 (0) | 2020.04.14 |
---|---|
31. 줄리아나 도쿄-20.04.12~04.13 (0) | 2020.04.13 |
29. 밤의 행방-20.04.09 (0) | 2020.04.10 |
28. 장미 박람회-20.04.09 (0) | 2020.04.09 |
27. 꿈꾸는 책들의 도시(그래픽노블)-20.04.08 (0) | 2020.04.0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