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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독서기록

30.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20.04.10

by 독서의 흔적 2020. 4. 13.

에세이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

종이책 박상영 한겨레출판 ★★★★☆

 

후기 '오늘 밤은 굶지 않아도 괜찮아'

익히 들어서 기대하고 있던 박상영 작가님의 작품.

책장에 남아있는 책들이 울적한 내용들이라 미리 밝은 책을 읽어두고 한 박자 쉬고 싶었다.

재밌다. 아껴읽어야지 했는데, '조금만, 조금만 더... ' 하다 정신차리고 보니 마지막 장이었다.

한국 문학에서 손을 뗀지 꽤 된 것 같은데, 본격적으로 독서를 시작하고 보니 좋은 작가들이 이렇게나 많이 있구나.

무심한 듯 휙 던져대는 말들이 쫙 하고 마음에 감긴다.

어떤 형태로든 허기를 느껴본 사람이라면 공감하며 읽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쉴새 없이 터져나오는 공감의 웃음 뒤에는 겪어본 사람만이 지을 수 있는 쓴 웃음이 뒤따른다. 

열심히 산 당신, 때로는 굶지 않아도 괜찮다. 

당신의 허기는 오늘도 열심히 버텨냈다는 증거니까.

 

인상깊은 구절

1. 상대방은 누구보다도 절실히 자신의 현실을 살아가는 중인데

타인이 왜 함부로 그 사람을 무엇이 되지 못한 존재로 규정하는 것인가.

 

2. 태초에 사념들이 있었다. 그러니까, 끊임없이 이어지는 생각들.

어릴 적에는 생각이 많고 다방면의 고민을 하는 게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능력이라고 믿었다.

지금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생각의 끝에는 언제나 자괴감이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생각을 인간을 외롭고, 공허하게 만든다.

 

3. 나는 내 온몸이 유전자의 증거임을 절감하며 조상 탓을 할 거리가 한 가지 더 늘었다는 사실에 내심 기쁘다.

그래 봤자 내 돈 주고 산 음식을 내 손으로 직접 목구멍에 밀어 넣었다는 사실이 변하지는 않지만.

 

4. 돈이 좋다. 돈이 좋고 꿈이 좋은데,

스무 살 때 봤던 그 불빛과 이 불빛이 도저히 같은 불빛일 수가 없는데,

이상하게 나는 또다시 그때의 나로 돌아간 것만 같다.

 

5.밥벌이는 참 더럽고 치사하지만, 인간에게, 모든 생명에게 먹고사는 문제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생각이라는 명제 앞에서 우리 모두는 저마다의 바위를 짊어진 시시포스일 수밖에 없다.

 

사족

박상영 작가가 왜 사랑받는지 알 수 있었다.

앞선 소설들 후기를 찾아보니 생각보다 호불호가 강하더라....

어쨌든 대중적인 작가이기는 한 듯.

'소설과의 결혼식'이 궁금하긴 하지만 에세이스트 박상영을 계속 보고싶다는 김혼비 작가의 말에 공감 오조억개 남긴다. 

 

키워드 : 야식, 퇴사, LA, 표현의 자유, 꿈

 

꼬리(연결고리) : 덤플링

-작가의 몸을 보며 덕담인듯 건네는 상처의 말을 보면서 떠오른 책.

타인의 몸을 보며 이렇다 저렇다 말을 얹는 무례한 사람들이 읽길 바란다. 그들에게도 꿈이 있고 일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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