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제 | 트와일라잇 살인자들 |
전자책 | 김세정 | 시사IN북 | ★★★★★ |
후기 '그럴만한 죽음은 그 어디에도 없다'
아이, 여성, 이민자, 빈민, 흑인, 반체제 스파이 등 소수자를 대상으로 한 영국의 살인사건을 분석한다.
그들은 왜 피해자를 죽였을까? 가해자들은 성별&연령&인종에 관계없이 마땅한 처벌을 받았을까?
어쨌든 한 가지 확언할 수 있는 것은, 살인은 모든 폭력의 최종적인 형태이며, 그 어떤 것으로도 정당화 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독자는 영국의 실태에 놀라겠지만, 이내 익숙해질 것이다.
범죄에서 판결에 이르는 일련의 흐름이 우리가 익히 보아온 한국의 그것과 닮았기 때문이다.
영국이 강력범죄를 통해 범죄예방을 위해 실시한 정책 중일부는 실패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아동학대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영국은 학대 아동 사망사건으로 정책이 실패했다는 비난을 받자, 지원 예산을 삭감하고 규모를 축소하는 방안을 택했다.)
한국의 경우, 잘 보완하기만 한다면 그보다 더 나은 방안이 없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영국 등 일부 선진국의 실패한 정책은 우선적으로 배제하는 편이다.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며 손 놓고 사방으로 책임전가하는 동안 피해자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몇 년 사이에 모두를 경악케하는 범죄가 급격하게 늘었으며,
그 중 소수자를 향한 폭력은 점점 더 교활하고, 잔혹해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모두들 범죄의 잔혹성에 분노하고, 강력한 처벌을 외칠 뿐 해당 범죄를 예방할 방안을 강구하는 것은 늘 뒷전인 채다.
선택해야만 한다. 비난을 감수하면서 더 나은 방향을 강구할 것인지, 늘 그래왔듯이 외면할 것인지.
우리 사회가 소수자를 어떻게 대하는지가 드러나는 순간이다.
그렇게 하고싶었던 죽음만 있을 뿐, 그럴만한 죽음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내면에 자리한 편견과 차별적 시선을 발견하게 되는 책.
인상깊은 구절
1. 소수자 집단에 속한 사람들은 사회적 편견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편견이 사회에 만연하게 되면, 실제 차별로 이어지게 되고, 차별당하는 집단은 폭력의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차
별당해도 괜찮다고 여겨지는 집단은 맞아도 되는 집단으로 간주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 폭력의 가장 극단적인 형태가 살인이며, 더 나아가서는 그 집단을 말살하자는 집단 살해(제노사이드)로 이어지는 경우까지 있다.
2. 애정을 쟁취하기 위해서 살인을 불사했다는 말은 역시 쉽사리 통용되는 변명이다. 상대가 그 애정을 수용했는지와는
상관없이 말이다. 여전히 가정 폭력에 의한 살인이 많이 벌어지는 것은 명백히 사회가 가정을 어느 정도 외부에서는
상관할 수 없는 고유한 영역으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이민자나 소수자를 타깃으로 한 살인이 더 빈번하다면 이들을
더 배제하는 사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3. 범인의 이름 역시 기억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굳이 잔인무도한 범행을 저지른 개인을 기억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가 어째서 정치적 행위를 살인으로 드러내게 되었는가, 더 나아가 한 사회가 어떻게 그와 같은 뒤틀린 견해를 가진 개인을
배출하게 되었는지 따지기 위한 자료로 기억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 기록을 위하여 굳이 적자면,
콕스의 머리와 가슴에 총 세 발을 쏘고 열다섯 번 칼로 찔러 죽인 사람의 이름은 토머스 메이어다.
4. 소위 '명예 범죄'의 경우에는 하물며 제대로 사귀기도 전에 자신을 거절한다는 이유로 여자의 얼굴에 황산을 부어 망가뜨리는
사건은 너무나도 많기 때문에 이제는 언론에서 잘 다루지도 않을 정도로 흔하다. 이런 사건이 벌어졌을 때 가해자 편을 싸고도는
일도 종종 벌어지는 일이다. 가해자가 피해자를 너무 사랑했기 때문이라거나, 자존심 내지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라는 설명은
가해자의 입장에서 사건을 정당화시키고자 하는 시도라고 할 수밖에 없다.
5. 황산을 뿌렸다는 이유로 종신형을 선고받은 것은 월리스가 처음이다. 그리고 누구도 월리스의 가해행위에 관해서 사랑을
논하거나 그녀의 자존심을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그저 끔찍한 범죄로 볼 뿐이다. 그런데 이는 벨리나 이전에 남자들이
'명예를 지키기 위하여' 여자들에게 행한 범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어야 한다. (중략) 한국 언론은 이런 유형의 사건을
'데이트 폭력' 사건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데이트' 폭력이란 없다. 그저 사람이 사람을 상대로 폭력을 행사한 범죄일 뿐이다.
6. 연인 관계에서 남자가 여자를 폭행했을 때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반응 중 하나가
"그럴 만한 일을 저질렀으니 맞았겠지"라는 것이다. 즉 여자가 뭔가 맞을 법한 짓을 저질렀기 때문에 남자 쪽에서 폭력을
행사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그 관계가 그리 깊지 않아도 그런 반응을 볼 때가 있다. 남자가 여자를 일방적으로 따라다니다가
폭력을 행사한 경우 무슨 사정이 있었을 거라고, 그 전후 사정을 모르는 경우라고 해도 애써 봐주는 것이다.
심지어 살인 사건에서도 이런 식의 반응을 볼 수가 있다.
7. 피터의 죽음에 대한 영국 사회의 반응은 엄청났다 .사실 피터가 2007년에 학대 등으로 인해 사망한 유일한 아이는 아니었다.
그러나 피터의 죽음은 유난히 대중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물론 파란 눈에 금발을 한, 유독 사랑스러운 외모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이 사건이 벌어졌을 때 영국인들, 특히 여자들로부터 "저 아이를 키우고 싶어 할 아이 없는 가족이 얼마나 많은데 아이를
저렇게 죽이다니. 차라리 입양보내지"하는 탄식을 몇 차례 들었던 것을 기억한다.
아이의 죽음이라고 할지라도 모두 평등한 취급을 받는 것은 아니다.
8. 한국 곳곳에 세워진 열녀문이라는 것 또한 사실은 오래된 명예살인의 흔적은 아니던가. 가문의 명예를 위하여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여자들을 기리는 흔적들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종류를 살인에만 국한시키지 않는다면,
남자의 '명예'를 지킨답시고 여성을 상대로 저지르는 범죄는 여전히 한국 사회에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으며 그와 같은 변명은
때로는 여전히 너그럽게 통용되고 있는 것이다.
9. 누군가를 너무나 사랑하는 나머지 살인까지 불사하는 것, 그리고 그럴 정도로 뜨거웠던 관계가 어떤 특별한 사건도 없이
식어버리는 것, 이 역시 청소년들에게서나 가능한 일들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러니, 성인의 관점으로만 청소년의 범죄를
파악하려 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처벌 역시 마찬가지다. 청소년의 처벌은 성인과는 다른 고려들을 더 해야만 한다.
그저 엄벌에만 처하자고 주장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10. 이들이 지키고자 한 것이 '명예'라는 데는 도무지 동의할 수 없다. 자기들보다 힘이 약한 존재를 상대로 폭력을 휘두르고
억압하는 일보다 더 큰 불명예가 어디 있다는 말인가. 그들은 폭력과 억압을 저지르는 것조차 제대로 못 한다며 다른 남자들에게서
비웃음을 사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래서 저지른 저 끔찍한 범죄, 가족의 일원인 어린 여성을 향해 저지른 범죄의 어디에
명예라고 할 만한 것이 있다는 말인가.
11. 전쟁이라는 이름을 붙일 때는 왜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해우이가 허용되는가. 군인이 군인을 죽이는 것이 허용된다면
전쟁 중 군인이 민간인을 또는 민간인이 군인을 죽이는 것은 어떤가. 왜 전쟁을 수행할 때 무고한 민간인 희생자의 수를
줄이는 것을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하지 않는가. 그럴 만한 가공할 기술력과 장비를 갖추고 있음에도 애써 노력하지 않는
것일 뿐은 아닌가. 전쟁에는 막대한 자원이 투입되고 그로 인하여 이득을 보는 세력이 반드시 존재하는데 왜 전쟁이 벌어졌던
해당 지역은 참혹하게 파괴된 채로 남아 있어야 하는가. 애초에 전쟁이 없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키워드: 편견과 차별, 혐오 살해, 제노사이드, 폭력, 소수자, 사회적 관심, 영국 강력 범죄
'2020년 독서기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173. 우리들의 삶은 동사다-20.10.29~10.31 (0) | 2020.11.01 |
---|---|
172. 쓰지않을 이야기-20.10.28 (0) | 2020.11.01 |
170. 아동학대에 관한 뒤늦은 기록-20.10.24~10.25 (0) | 2020.11.01 |
169. 어느 날 아침-20.10.23 (0) | 2020.11.01 |
168. 하루의 설계도-20.10.22 (0) | 2020.11.0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