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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독서기록

94. 선택받지 못한 개의 일생-20.06.19

by 독서의 흔적 2020. 6. 20.

 

사회문제 선택받지 못한
개의 일생
전자책 신소윤
김지숙
다산북스 ★★★★★

 

후기 '번식장에 묶여버린 모견의 눈동자를 본 적 있나요'

2019년 작년. 한승태작가의 <고기로 태어나서(이하 고기)>를 읽었다.

식용으로 길러지는 닭, 돼지, 개농장에 위장취업을 하고, 곳곳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고발한 책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농장환경과 도축과정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었다.

그리고 2020년 오늘. <선택받지 못한 개들의 일생(이하 선택.)>을 읽었다.

번식장-경매장-펫샵의 모견, 강아지들이 어떤 취급을 받고있는지를 잠입취재를 통해 고발한 책이다.

(이 책의 작가들은 기자이며, 취재와 기사를 위해 위장용으로 펫샵을 개업했다.)

<선택.개>책장을 넘기다 번식장 주인의 팔에 안겨 벌벌떠는 모견을 본 순간, 자연스럽게 <고기>가 떠올랐다.

개농장에서 근무를 하던 작가에겐 유독 신경이 쓰이는 개가 있었다.

한번은 도통 기운을 차리지 못하는 개가 신경쓰여 우리에서 꺼내었더니,

발바닥에 닿는 흙이 낯설어서인지 내내 벌벌떨었다고 한다.

개농장에서 자라는 개와 번식장에서 자라는 개가 반응이 전혀 다르지 않다.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

 

흔히들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라고 한다.

하지만 그 사랑받는 개들조차 쉽게 유린당하고 있는것이 현실이다.

식용견을 위한 개농장과 반려견을 위한 번식장의 운영방식이 큰 차이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있는가?

2019년을 기준으로 법이 개정되었으나, 이전에 신고한 번식장은 법의 제재를 받지 않는다.

그렇게 법망을 요리조리 피해간 번식장들은 비위생적인 환경을 그럴싸하게 포장하여 각종 학대와 착취를 일삼고 있었다.

실상을 파악하고 나니, "개를 좋아하니까 이 일(번식장,펫샵)을 하고 있다. 우리는 그저 '다른 시선'

갖고 있음을 알아달라." 는 이익단체의 말이 그저 궤변에 불과함을 알게되었다.

번식장에서는 경매장에서 더 높은 값을 받기 위해 강아지들을 최대한 적게 먹이고 작고 예쁜모습을 유지시킨다.

경매장에서는 최대한 많은 수의 강아지를 낙찰시키기 위해 그 어린 생명을 물로 씻기고 미용을 한다.

때때로 낙찰받지 못한 강아지들은 비싼 강아지들의 으로 팔려나간다.

펫샵에서는 작고 예쁜모습의 성장을 막기 위해 더 적게 먹이고, 많이 판매하기 위해 각종 병력을 숨긴다.

반려동물로 선택받지 못한 강아지들은 다시 경매장과 번식장을 전전한다.

안타깝게도 이 두 곳에서 재선택받지 못한 개들이 어떤 처지에 놓이는지 취재할 수 없었다고 한다.  

(식용견으로 팔리지 않았을까 하는 모두의 추측이 있다.)

거대한 블랙 트라이앵글 속에서 말하지 못하는 작은 생명을 두고 온갖 학대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은 정말로 동물을 사랑한다.

단지 그 대상이 자신의 반려동물에서 그칠 뿐이다.

'좋아하니까 이 일을 계속 하는 것이다'고 하는 그들이 좋아하는 대상은 '예쁜 강아지' , 돈인 것이다.

<선택.>'수요가 있기에 공급이 있는 것이다. 그러니 사지마.' 라고 한다.

사지 않으면 파는 이도, 버리는 이도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라고. 간단한 해답이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여기서 작가들은 구매 대신 입양이라는 한가지 대안을 제시한다.

원하는 품종이 있다면 해당 품종만 구조하는 센터를 찾거나, 전문 브리더를 찾으면 된다.

한국에는 생각보다 다양한 유기동물센터가 있고, 여러 전문 브리더가 있다.

자신과 함께할 가족을 찾는 것이라면, 이들의 성장환경, 질병여부를 알아 볼 수 있는 입양기관을 찾아다니는

수고로움을 기꺼이 감수해야 한다.

애초에 반려동물 산업으로 발생하는 모든 문제는 많은 수요와 그를 만족시키는 간단한 구매절차가 원인이다.

수요가 많으니 펫샵이 많이 생기고, 펫샵이 많으니 쉽게 구매하는 것이고, 쉽게 구매하니 쉽게 버려진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하나. 쉬운 과정을 어렵게 해야한다.

업자와 개인의 거래가 아닌 개인과 개인의 거래(혹은 개인과 센터의 의논)를 통해 반려동물 시장을 축소시키고,

끝까지 책임질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만 입양하는 것이다.

 

<선택.>는 반려견 시장의 문제점을 파헤치고, 그 해결책을 완고한 어조로 제시한다.

그러면서도 해당 사업의 종사자들을 악인으로 보지 않는 시선이 꽤나 흥미로웠다.

결국 이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구조상의 문제'인데, 정부는 이를 해결할 의지가 없어보인다.

동물보호협회에서 아무리 안건을 내놓아도, 그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방향으로 개정된 경우가 다수였다.

동물복지수준을 보면 그 국가의 수준을 알 수 있다고 한다.

길고양이에게 화살을 쏜 사람조차 제대로 처벌하지 않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우리나라는 갈 길이 한참 먼 듯 하다.

국가를 움직이기 어렵다면, 역시 개개인이 움직이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이다.

우리의 시선이 미처 닿지 못했던 곳을 둘러보다면, 생각지도 못한 연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사지마세요. 팔지마세요. 버리지마세요.

작은 생명들의 울음에 귀 기울여 주세요. 세상의 빛과 공기를 마음껏 들이마실 수 있게 해주세요.

 

인상깊은 구절

1. 취재하며 가장 놀랐던 점은 개를 사고팔고 가격을 매기는 그들 모두가 그 일을

"개를 좋아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만난 한 판매업자는

'초보 판매업자'인 우리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강아지를 사랑하고 좋아하는 마음도 물론 있겠지만,

이게 돈 벌려고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내가 돈을 벌어서 개를 지켜줄 수 있을 때만 (좋아하는 일도) 가능해요.

그러니까 가급적 영업을 잘할 수 있게 정신 바짝 차리고 준비하세요."

 

2. 개들은 체념에 찌든 듯했다. 유령처럼 서늘한 시선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조금만 애를 쓰면 바닥으로 내려와 땅을 밟고 흙과 풀 냄새를 맡을 수 있는데, 그들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보였다.

생명이 끊임없이 '생산'되는 번식장에서, 죽지 못해 살아 있는 듯한 모습의 개들은 아이러니했다.

 

3. 그에게 "보신탕을 먹느냐"고 물었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우리는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가 말했다. "강아지 키우는 사람들은 개를 안 먹어요. 왜냐면 개들이 싫어하거든." 이어지는 말에 우리는 할 말을 잃었다.

"개들이 그 냄새를 알아요. 우리가 보신탕을 먹으면 개들이 (냄새를 맡고) 새끼를 안 낳아.

그래서 나는 저 멀리 김포 밖에 나가서 먹고 온 적이 있지."

 

4. 우리 앞에서 '본전'이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은 농장주 뒤에서는 개들이 낑낑대며 울고 있었다.

고가에 팔리는 개를 낳는 어미 개와 그런 개를 낳는 데에 실패한 어미 개들. 그 둘의 운명은 어떻게 갈릴까?

모르긴 몰라도 이런 환경에서 기계처럼 새끼를 낳고 돌봐야 하는 모견들의 운명은 행복과는 거리가 먼 것이 분명했다.

 

5. 동물들을 사고파는 공간에서 서로의 안부를 묻고, 먹고사는 일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이 미묘하게 인간적이면서 동시에 야만적인 곳에서 우리는 자주 혼란스러웠다.

 

6. 무허가로 운영되는 경매장이 전국에 몇 곳이나 되는지 알려주는 통계는 없다.

알 수 없는 숫자의 무허가 경매장에는 당연히 '식용견 경매장'도포함되어 있다.

이 '무법 지대'는 얼마나 많은 개를 집어삼키고 있을까.

 

7. 우리가 경험한 펫숍 두 곳에서 강아지를 사고파는 일은 여느 상점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일과 다르지 않았다.

가격은 소비자의 기호와 취향에 따라 결정되었다. 이곳에서 우리는 한국 반려견 산업의 '최종 소비자'들을 만났다.

펫숍에서 동물을 사 가는 반려인들이었다. 그들은 대개 처음부터 특정 견종을 원했다.

생명이 물건처럼 사고팔리는 게 당연한 산업 구조 속에서 소비자들은 진열된 개를 고르고 흥정하는 데 무감각한 듯 보였다.

 

8. 우리가 펫숍에서 만난 사람들도 모두 '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었다.

개를 좋아하기에 개를 키우고싶어 했고, 팔고, 샀다.

펫숍 직원들도 집에서 두세 마리의 개를 키우는 반려인이었다.

일부 업주들은 근처에 집을 두고도 펫숍에 기거하며 강아지들을 돌봤다.

"살아 있는 생명을 다루는 일이니까 힘은 들지만" 자신의 일을 좋아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이러니하게도 강아지들로서는 사랑받을수록 더 소비될 수밖에 없는 덫에 빠진 것이다.

 

9. 반려견이 되려면 먼저 반려인을 만나야 한다. 과연 미래의 반려인이 요구하는 '눈높이'를 강아지들은 무사히 맞출 수 있을까.

그렇지 못하면 개들은 다시 버려질 것이다. 반려동물이 애완동물이라는 이름을 벗고 사람들의 가족이 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2007년 동물보호법 개정 이후) 개들의 입장에서 그들의 삶이 그때보다 더 나아졌는지 우리로서는 알 수가 없다.

 

10. 구조하고, 병을 치료하고, 보살피고, 끝내 재입양되지 못한 동물을 안락사하느라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연간 수백억 원의 비용은 세금으로 충당된다. 다시 말해 유기동물 문제는 관련 산업이나

동물보호단체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국민 모두의 문제다.

 

11. 유기견 입양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고, 전문 브리더를 통해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만 반려견을 분양받을 수 있는

노르웨이에는 유기견이 한 마리도 없다면서, 노르웨이에서 만난 이의 말을 전한다.

"유기견이 많은 나라의 특징은 개 번식장이 있다는 거야."

 

12. 품종견은 사람에 의해 인위적으로 번식된 아이들이다 보니 견종별 유전적 문제, 그 견종만의 특이한 성격이 있어요.

내 성향과 해당 견종이 맞는지 잘 파악하셔야 해요. 그리고 꼭 여러 브리더를 만나 보세요.

집에 앉아서 조사만 하고 개를 입양하는 건 연애를 책으로 공부하는 것과 같은 거예요.

 

13. 반려견을 10년 이상 함께할 생명이라고 생각한다면 개의 외양이나 혈통이 최우선 조건이 되어서는 안 된다.

나와 내 가족이 개와 함께 생활하기에 적합한지, 그 개를 내가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지 여부가 가장 먼저 고려되어야 한다.

 

14. 팔지 말라고 아무리 소리를 내도 당장 구조를 바꾸기 어려워 보였어요.

(반려동물을) 사지 않는 행동으로 (동물권 보호의) '파이'를 넓혀가는게 어떨까요?

 

15. 자주 이런 상상을 했다. 개가 말을 할 줄 안다면 뭐라고 했을까. 젖먹이 강아지부터 출산에 지친 어미 개,

누군가에게 버려져 철장에 갇힌 개, 도살되어 시장 바닥에 누워 있는 개까지.

도처에서 만난 이 개들이 말을 할 수 있었다면 인간에게 뭐라고 할지 궁금했다.

도와달라고 할까, 꺼내달라고 할까, 어쩌면 저주의 말을 퍼부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가 만난 개들은 모두 아무도 탓하지 않고 그저 사람을 반겼다.

두려워도 꼬리를 흔들었고 지친 가운데서도 손을 핥아주었다.

지난 3천여 년간 사람을 사랑하도록 길들여진 존재가 바로 이들이기 때문이다.

 

키워드: 블랙트라이앵글, 번식장, 경매장, 펫숍, 반려인, 반려견, 유기동물
꼬리(연결고리): 고기로 태어나서

-식용견과 반려견의 사육환경은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 '개는 사랑받는다'는 말의 괴리감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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