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림책 | 63일 | 종이책 | 허정윤(글) 고정순(그림) |
반달 | ★★★★★ |
후기 '끊어내야 할 착취의 굴레'
개농장(=번식장)을 적나라하게 그린 책.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이거, 어린 애들이 읽어도 되나?' 싶었다.
그만큼 직설적인 표현으로 가득하다.
두 번 볼 용기는 없어서 한동안 책장에 꽂아뒀었는데, <선택받지 못한 개들의 일생>을 읽고 난 후에 다시 꺼냈다.
그제서야 번식장에서 경매장으로, 그리고 선택받지 못한 개의 죽음으로 시선이 이어졌다.
(첫번째 독서에서는 차마 읽기 힘들어서 휘리릭 넘겼기에, 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하루에도 수천 개를 만들어 팔고 싶지만, 일 년에 한 번 정도밖에 만들 수 없었다.
하지만 우리에게 불가능이란 없다." 이 문장의 뜻을 깨닫는 순간 소름이 확 끼쳤다.
개의 임신기간은 평균적으로 63일이다.
63일을 채우면 강제로 꺼내지는 강아지들, 그리고 얼기설기 봉합되는 갈라진 배.
모견은 다시 농장으로, 강아지는 경매장으로. 쉴새없이 되풀이되는 63일.
일년에 한 번 정도밖에 만들 수 없었던 강아지를 이제는 일년에 세 번 만들 수 있게 되었다.
평균적으로 개농장에서 한 모견당 50마리의 강아지를 출산한다고 한다.
출산과정에서 제왕절개를 해야하는 모견도 있기에, 그를 대신해서 강아지에게 젖을 먹이고 케어할 대리모도 있다고 한다.
물론 대리모 또한 출산과 임신의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출산을 하든, 하지않든 끊임없이 착취를 당하는 굴레인 것이다.
이렇듯 개농장에서의 탄생과 죽음을 단색과 선으로 묵직하게 그려낸 그림책.
<63일>이라는 제목을 통해 이루말할 수 없는 참담함을 느낀다.
이 책은 이렇게 말할 수 밖에 없었구나를 뒤늦게 깨달았다.
펫샵을 찾는 이들 중에는 ‘아이가 강아지를 좋아해서’라며 성급하게 결정하는 부모들이 많다.
그러면 아이들에게는 ‘아, 동물은 사고 팔 수 있는 물건과 같구나.’하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게 된다.
어릴 때부터 ‘강아지는 이쁘다고 살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정말 강아지를 좋아한다면, 동일한 생명으로 대해야 한다’를 가르칠 필요가 있다.
(사실 아이들은 잘못이 없다. 그릇된 인식을 심어준 어른들이 잘못이다. 정확하게는 어른과 아이 모두 교육이 필요하다.)
그리고 <63일>은 그럴 준비가 충분히 되어있는 책이다.
키워드: 임신과 출산, 탄생과 죽음, 63일, 개농장, 번식장, 경매장
꼬리(연결고리): 선택받지 못한 개의 일생
-번식장>경매장>펫샵. 반려동물 산업의 블랙 트라이앵글 구조를 고발하는 책.
'2020년 독서기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 97. 흐르는 편지-20.06.22~06.24 (0) | 2020.06.25 |
|---|---|
| 96.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20.06.21~06.22 (0) | 2020.06.22 |
| 94. 선택받지 못한 개의 일생-20.06.19 (0) | 2020.06.20 |
| 93. 나의 할머니에게-20.06.18 (0) | 2020.06.20 |
| 92. 눈 밖에 난 자들-20.06.15~06.17 (0) | 2020.06.1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