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 내 꿈은 자연사 | 종이책 | 탁수정 | 라이킷 | ★★★★★ |
후기 '오늘부터 내 꿈도 자연사'
반만 읽어야지 했는데,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렸다.
진지해요. 책 편 순간부터 지금까지 화장실도 안갔다구요.
아무래도 트위터를 하시는 분이라 그런지 표현 하나하나가 가벼우면서도 묵직했다.
140자를 어떻게든 효과적으로 써보겠다고 고민해 본 사람이라면 느낄 수 있는 응축된 글이었다.
분명 그 표현에 재미를 느끼면서 읽고있었는데, 마지막 장에 이르고보니 이루말할 수 없이 슬퍼졌다.
긴 시간을 견디고 나아가는 글이 가진 힘은 이렇구나싶어 읽는동안 생각했던 많은 말을 삼킨다.
동시에 이 책은 연대가 만든 책이라는 생각을 했다.
책에서 느껴지는 에너지가 말한다. 올곧은 사람이라고.
이 사람의 말은 진실이다. 라는 느낌이 책 사방팔방에서 뚝뚝 묻어나온다.
타인의 고통을 내 고통처럼 여기는 작가님을 괴롭히는 사람이 필시 나쁜 사람임이 분명하다.
대체 어떤 고통을 겪으신 것일까 검색이라도 해볼까 싶었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다.
아주 많이 힘드셨고, 지금 모든 힘을 끌어내서 살아계신거구나 하고 받아들이는 선에서 끝내기로 했다.
작가님의 책을 더 많이 만나고 싶다. 더 많이 철없으면 좋겠다.
작가님의 살기위한 철없음은 더 당당해질 필요가 있다.
그러니 부디 오래오래 써주세요.
그리고 일러스트와 추천사에서 봄알람 관계자분들을 만날 수 있어서 기뻤다.
내 꼬리독서는 연대와 이어졌구나. 새삼 뭉클해진다.
표지가 맘에 들어서 한참동안 뚫어져라 보았는데,
그냥 흑박이 아니었다. 홀로그램이 합쳐진 박이었다.
그래서인지 빛에 비추니까 푸르게 빛났다. 작가님과 어울리는 색이네 싶었다.
작가님의 시간도 푸르고 빛났으면 좋겠다.
작가님을 끝까지 응원하고 싶으니, 우선 책을 한권 더 사기로했다. 이번에는 내 돈으로.
나눔해주신 분의 뜻을 본받아서 나도 가까운 지인한테 나눔해야지. 박스테이프는 내가 갖고...
그리고 비밀공간에 내 장점 10개쓰기 꼭 해볼거다. 진짜다.
아 맞아 그리고, 전날읽은 봄알람 책도 그렇고 여기서도 <참고문헌없음>이 나오길래 어떤 책인지 궁금해서 찾아봤다.
안타깝게도 서점에 없더라... 펀딩으로만 팔았었나봐
어딜가나 늦으면 문제다...(통곡) 대신 참문없팀이 공동저자로 참여한 다른 책을 사서 읽기로 했다
인상깊은 구절
1. '세상 모든 사람은 쓸모가 있다'같은 말을 하고 싶지는 않다. 세상에 태어났다고 해서 다 쓸모가 있을 수는 없다.
그냥 나는 당신이 쓸모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지만 왕왕 웃고, 햇빛 아래를 걷고,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잠도 푹 자면서 잘 살았으면 좋겠다.
2. 세상은 여성들로 하여금 너무 자주 이제 다 끝났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여성에게는 평지보다 낭떠러지가 많다. 잡고 올라갈 동아줄도 턱없이 부족하다.
3. 사회시스템이 우리 마음 같지 않을 때 방법은 하나뿐이다. 사방팔방 오지랖을 부리는 것이다.
많이 벌어서 오지랖 많이 부리는 사람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4. 한국에서 매해 늘어나는 것이 자살 청소년 수나, 가정 폭력 피해자 숫자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알아서 기지 않는다는 이유로 '또랑'나 '노답'이나 '요즘 것들'이라는 소리를 듣는 직장인 수였으면 좋겠다.
그 요즘 것들이라는 빗방울이 모여, 큰비가 내렸으면 좋겠다.
5. 요즘 내가 추구하는 탈코르셋의 방향은 이러하다. 대부분의 립스틱과 아이섀도를 버렸지만,
멋과 분위기를 내는 것까지 모두 다 부정하진 않는다.
만 명의 탈코르셋 운동가가 있다면 아마 탈코르셋의 방식도 만 가지가 될 것이다.
6. 아주 큰 손해를 보지 않아도 선한 선택을 할 수 있을 때, 잃는 것 없이 타인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때,
나는 찜찜하다. 선함을 행하는 것도 특권 같아서. 적을 둔 곳이 없는 것도 특권이고, 적을 둔 곳이 없어도 먹고 살아지는 것도 특권이다.
7. 태어났기에 뿌리내리고자 하고, 기왕이면 잎이 푸르렀으면 하고 바라며 오늘을 사는 당신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나는 이제 어쩌면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2020년 독서기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52. 재난을 묻다-20.04.30~05.02 (0) | 2020.05.02 |
---|---|
51. 슬이는 돌아올 거래-20.05.01 (0) | 2020.05.02 |
49. 이상한 나라의 그림 사전-20.04.29 (0) | 2020.05.02 |
48. 다시 봄이 올 거예요-20.04.28 (0) | 2020.04.29 |
47. 유럽 낙태 여행-20.04.26~04.27 (0) | 2020.04.2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