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 이너 시티 이야기 |
종이책 | 숀 탠 | 김경연 | 풀빛 | ★★★★★ |
후기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돌이킬 수 있는 마지막 지점이다.'
<도착>에서도 느꼈지만, 역시 숀 탠은 메시지 전달력이 엄청난 작가구나.
지구는 인간의 전유물이 아님을 첨예하게 알려주는 책.
산업화 된 풍경 뒤에 잊히고 가려진 동물들을 지척으로 끌어왔다.
의도된 불편함과 불쾌함, 그리고 고개를 치켜드는 죄의식.
혹자는 이 책을 보며 눈물을 흘릴 것이고, 혹자를 이 책을 보며 인간에 대한 환멸이 심화될 것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개, 고양이부터 87층 고층빌딩에 사는 악어, 소송을 하러 찾아오는 곰, 그리고 인간에 이르기까지.
눈을 사로잡는 환상적인 일러스트 이면에는 고통 속에 스러져가는 동물들의 이야기가 숨겨져있다.
"어떤 동물이건 인간에게 돈의 가치가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저주라는 거다."
고기를 얻기 위해, 기름을 얻기 위해, 동력원을 얻기 위해 착취당하는 말과 돼지 같은 수많은 동물들.
그런가하면 인간에게 해가 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몰살 위기에 처하는 상어나 호랑이 같은 동물들이 있다.
각종 곤충이며 식물들은 어떠한가. 돈의 가치와 인간의 생존을 중심으로 생과 사를 결정한다.
예를 들자면, 말의 경우 산업화 시기에는 주 동력원으로, 현대에 이르러서는 평생을 경주마로 살게 된다.
수명이 다할 즈음에는 고기와 가죽을 얻고자 잘게 분해되어 이곳저곳으로 팔려나간다.
상어의 경우, 인간에게 위협적인 존재라는 이유로 과도한 남획의 대상이 되었다. 당연하게도 고기 또한 열심히 팔려나간다.
여름이면 상어가 인간을 잡아먹고, 인간은 그 상어를 피해다니다 결국 죽이고마는 영화가 극장가를 장식한다다.
벌은 또 어떤가. 꽃에서 얻은 꿀을 이용해서 열심히 벌집을 만들지만, 최종적으로 이득을 보게 되는 것은 인간이다.
벌집을 채집할 때 각종 약품으로 벌을 기절시키는 것은 덤이다. 혹자는 벌집을 생산하기 위해 설탕물로 벌을 꾀기도 한다.
너무 잔인한가? 이게 현실이고 진실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샅샅이 훑으며, 어떻게든 더 많은 가치를 만들어내려고 혈안이다.
"우리의 소유가 아니었던 모든 것을 그만 움켜쥐고 있으라"고 부탁하러 오는 곰을 두고 허황된 이야기라고 단정지을 수 있을까?
변호인단을 꾸려서 인간을 찾아오는 곰과 소, 여타 동물을 우습고 귀찮게 여기게 될까?
그렇다면 이건 어떤가. 책의 마지막 주제는 인간이다. 인간 역시 동물에 속하는 존재이니 당연한 순서이다.
인간의 착취는 동물에서 그치는가? 언제나 자기보다 더 낮은 곳의 존재를, 더 작은 존재를 발아래에 두고 부리는 것이 인간이다.
모래알처럼 흘러내리는 자본을 움켜쥐고자 착취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온전히 제것이었던 적이 없는 알량한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서.
모든 착취는 결국 하나의 형태로 귀결된다. '더 높은 곳'을 향해서, '더 나은 가치'를 위해서.
자신은 착취의 종착지가 될 리 없다는 굳은 믿음을 지닌채로.
언제나 침묵은 쉽고, 정의는 어렵다. 황폐해진 자연 앞에서 인간은 어떤 선택을 해야할까?
환경파괴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것도, 더욱 가속화 시킬 수 있는 것도 인간 뿐이라면 남아있는 선택지는 하나다.
늦었다고 생각될 때, 그때가 바로 돌이킬 수 있는 마지막 지점이다.
인상깊은 구절
1. 악어의 서늘한 뇌에서 도시는 그저 대기실에 불과하다. 모든 대기실 가운데 가장 큰, 그들과 신용 거래도 없고
약속잡을 일도 없고 주의도 기울일 필요가 없는 한 시대를 거치며 솟아오른 대기실일 뿐이다.
2. 수천 명이 녀석을 자르는 일에 동참했다. 아, 우리는 얼마나 환호했던가. 이 황폐한 마을에서 이번만은 죽음의 악취가 달콤했다.
3. 말들이 그 무엇보다도 잘 아는 사실은 어떤 동물이건 인간에게 돈의 가치가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저주라는 거다.
4. 외모와 행동에 관련된 우리의 많은 규칙들은 우리 자신의 마음과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온다. 우리는 우리가 하고 싶은 것과
남들이 우리에게 기대하는 것 사이에서 끊없이 갈팡질팡하며, 대개는 후자를 따른다.
5. 인간의 언어를 다른 존재로부터 듣는 것은 참으로 기쁜 일이다. 그것을 언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아니면 세련된 속임수에
불과할까? 어쩌면 무엇에 해당하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단어들로 이루어진 이 우스꽝스런 작은 세계에서
우리가 완전히 혼자는 아니라는 느낌으로 충분할 것도 같다. 단어들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크고 어두운 우주 속을 선회하고 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 그러니까 앵무새와 함께 살지 않는 사람들은 언제나 앵무새가 말할 수 잇는지 알고 싶어 하는 거다.
6. 모든 동물 중에서 가장 배고픈 동물이 먹을 것으로 유일하게 남아 있는 것은 진실 뿐이다.
7. 당신들 돈은 우리에게 아무 의미가 없소. 당신들은 정의를 더듬을 때 쓰는 것과 똑같은 발톱 없는 발로 경제를 움켜잡고 있소.
8. 아, 무슨. 인간은 언제나 선택의 여지가 있다. 그것이 우리를 독특하게 만드는 것 아닌가? 침묵은 평화의 형태가 아니란 말인가?
우리는 절대 이해하지 못할 거다. 왜 어떤 사람들은 세상의 냉엄한 진실을 받아들이기가 그렇게 어려운지.
심지어 이길 수 없나는 걸 알면서도 왜 싸우는지.
9. 벌들은 너무 오랫동안 기다렸고, 삶은 너무 짧고, 이미 죽어 가는 꽃들은 그 비현실적인 존재를 지속할 수 없다.
벌들이 손님들의 허리까지 묻어 버린 흰색과 분홍색 폭포 주위를 미친 듯이 움직이고, 시들어 가는 꽃들이 다시 어둠 속으로
던져지며 벌들에게 마지막 꿀맛을 제공하고 있더라도 손님들은 모두 그 순간이 지나갔음을 안다. 꽃은 피는 것만큼 빨리 졌다.
키워드: 공존, 이너시티, 동물, 환경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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