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소설 | 이사 | 전자책 | 마리 유키코 | 김은모 | 작가정신 | ★★★★☆ |
후기 '해설을 읽는 순간 완성되는 공포'
이야미스의 개척자 마리 유키코의 소설집. ‘집’을 소재로 한 공포물은 많다.
사람과 떼려야 뗄 수 없을만큼 밀접한 공간이다보니, 그만큼 심리적인 자극도 강하기 때문인 듯 하다.
<이사>는 말 글대로 이사를 소재로 한 여섯가지 단편이 수록되어있다.
띠지의 문구처럼 집안의 문을 열기 무서울 정도는 아니고, 자다 깨면 어두운 곳을 뚫어져라 응시하게 될 정도의 공포이다(?)
스레드괴담, 실화괴담을 약간 비튼듯한 이야기가 다수이다.
뒷표지에는 ‘심약자는 반드시 해설부터 읽으라.’고 적혀있는데, 해설부터 읽으면 공포가 시작되니
이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노이즈 마케팅인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책의 공포는 해설을 읽는 순간 완성된다.
각각의 단편이 따로 또 서로서로 연결된다.
개인적으로 가장 무서웠던 단편은 <상자>.
심리를 자극하는 ‘정체불명의 어떤 것’보다 실체가 있는 사람이 제일 무섭다.
그런 의미에서 <상자>는 ‘이런게 이야미스인가?’싶을 정도로 싫고 불쾌한 것 투성이였다.
사람만큼 잔인하고 무섭고, 끔찍한 것이 또 어디있겠어요.
귀신도 사람의 형상이기 때문에 무서운 것이다. (아마도...)
<문>과 <끈>은 벌레 자체가 공포였던 지라 이리저리 몸서리치면서 읽었다.
괜히 팔 한번 툭툭 털고 다음장으로 넘기곤 했다.
귀신보다 벌레가 더 무섭다는데 진실인가요? 네, 진실입니다. (진지)
공포와는 별개로 일본의 맨션들은 기본적으로 재난에 대응하기 위한 구조로 지어지는구나 싶어서 신기했다.
내가 일본에 살았더라면 이 두 작품이 가장 무섭게 느껴졌을 듯 하다.
반전으로 따지자면 <책상>이 가장 섬뜩했다.
마지막 장을 읽는 순간 앞 장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는데,
개인적으로 <살육에 이르는 병>을 처음 읽었을 때와 같은 불쾌함을 느꼈다.
그만큼 잔인한 이야기라기보다는, 심리적인 공포와 찝찝함의 결이 같았다.
락앤락 밀폐용기를 그렇게 쓰다니...그거 반찬담으라고 있는 용기거든요...
굳이 따지자면 그쪽도 반찬에 가깝긴 하지만, 계속 언급하다보면 구역질이 날 듯 하니 이쯤하고 넘어가도록 하겠다.
<이사>는 마리 유키코가 기존 작품과는 달리 힘을 덜어내고 썼다고 한다.
(이게 힘빠진 글쓰기라면 평소 작품은 도대체...?!!?)
그래서일까, 이야미스를 처음 접하기에 부담감이 없을 가벼운 정도의 소설집이다.
‘굳이 싫어하는 것을 참고보는 이유가 뭘까.’하는 생각으로 집어든 책이었는데,
이야미스를 읽는 이유와 장르가 가진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다른 작품도 궁금하긴 하지만 쉽게 손이 가진 않을 것 같다.
키워드: 이사, 돈벌레, 수납장, 밀페용기, 상자, 검은 끈, 비상문, 아오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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