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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독서기록

78. 곰씨의 의자-20.05.27

by 독서의 흔적 2020. 5. 27.

그림책 곰씨의 의자 종이책 노인경 문학동네 ★★★★★

 

후기 '싫어요. 혼자 있고 싶어요.'

'싫다'는 거절 말 한마디가 꺼내기 힘든 사람들을 위한 그림책.

 

곰씨의 의자에 토끼가 찾아온다.

모험가 토끼, 춤을 추다 쫓겨난 토끼. 둘은 사랑에 빠져 결혼한다.

어느새 토끼는 대가족이 되어 곰씨의 평온한 일상을 시끌벅적하게 만든다.

그는 시도 읽고싶고, 차도 마시고싶고, 꽃에 물도 주고싶다.

하지만 "잠시만 혼자 있고싶어요" 이 한마디 꺼내는 것이 어렵기만 하다.

그러다 생각해낸 것이 '우회적으로 표현하기'이다.

곰씨의 기발한(?) 도전은 성공할 것인가?

 

타인과 맺는 관계 속에 '나'의 확실한 의사표현이 더없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책이다.

거절하기 힘들어 쩔쩔매는 곰씨가 마치 나를 보는듯 했다.

행여나 이 사람과 다시는 이야기하지 못할까봐 해야할 말을 다 하지 못해 쩔쩔맨 사람이 있을 것이다.

사실 누구나 알고있다. 부정적인 의사표현 하나로 흠집이 날 관계라면, 애초에 그것은 건강한 관계가 아니다.

알고있음에도 겁을 내는 것은 그 사람이 그토록 소중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내가 그만큼 소중하지 않아서일까.

자기자신을 존중하는 사람만이 타인을 존중할 수 있고, 존중받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책이었다.

눈을 딱감고 일단 한번 용기를 내보자. 한번이 어려울 뿐이다. 

토끼가족 앞에서 "가끔은 혼자 있고 싶어요" 라 용기내서 말하는 곰씨처럼.

 

진지한 후기와는 별개로 이 책의 재밌었던 점을 언급해보고자 한다.

나는 늘 그림책을 1차: 그림만 보기 - 2차: 글과 함께 보기 - 3차: 재독 이런식으로 읽는 편이다.

이번에도 그림부터 봤더니, 곳곳에 재미난 포인트가 많았다.

찌들고 수염난 토끼, 당근이 꽂혀있는 결혼 케이크,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아기토끼들 (토끼의 번식력이란...),

아기토끼들이 의자에 그린 낙서들, 그리고 곰씨의 똥(그림책-똥=0).

특히 아기토끼들이 점점 늘어나는게 어찌나 웃기던지 깔깔 웃으면서 봤다.

마치 주토피아에서 주디가 마을을 떠날때, 숫자가 실시간으로 변하던 주민현황판을 보는 느낌이었다.

그림책의  숨은 요소들은 어린이들이 잘 찾는다던데, 아마 내가 찾기 못한 요소들이 더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쉽고 아쉽다. 그때의 나이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있기에. 

 

키워드: 거절, 관계, 토끼, 곰씨, 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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