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여성문제 |
대리모 같은 소리 |
종이책 | 레난트 클라인 | 이민경 | 봄알람 | ★★★★★ |
후기 '아기, 맡겨놓으셨나요?'
이 비윤리적인 행위가 아직까지도 논쟁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윤리와 논리가 아닌 감정과 이윤을 앞세우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런 것일까.
남성의 종족을 남기고자하는 번식욕구는 어디에서 기인하는가.
여성이 아이를 갖고자 하는 욕망은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성은 하자품이며,
여성에게는 근본적으로 모성이 내제되어있다.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몸을 가졌음에도
낳지 않는 것은 본능을 외면하는 이기적인 것이다.' 라는 사회적 프레임에 갇힌것은 아닌가.
뭐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충격적인 사례들이 다수 있었지만,
1. 대리모를 통해 쌍둥이를 출산한 게이남성들이 '조사를 통해 밝혀진 바로는 아이들을 성착취 하고있었다'라는 사례
2. 동생을 대리모로 삼은 매기라는 여성이 아이에게 과도하게 집착한 나머지 동생의 존재를 지워버리고 있었다는 사례
3. 대리모 몰래 의뢰모부가 남자배아, 여자배아를 이식해두었고, 여자배아 착상에 실패하자 그를 비난했다는 사례
4. 대리모를 준비하던 여성이 본인의 임신사실이 확인되자, 돈이 필요한 관계로 임신중단을 했다는 사례
이 네 사례는 특히나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이는 대리모가 윤리적인 것을 떠나 여러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음을 알려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찬성론자들은 말한다.
'게이들에게도 아이를 가질 권리가 있다.' '모든 여성에게는 아이를 가질 권리가 있다.'
이에 저자는 생물학적으로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남성의 가부장적 사고에 불과하며,
아이를 소유의 대상으로 보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답한다.
동시에 아이를 좋아하는 것과 아이를 소유하고 싶어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고,
전자의 경우에는 돌봄노동 혹은 위탁양육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해결책을 제시한다.
결론적으로 대리모 찬성론자들의 논리는 금전적인 이득, 여성을 주체적 의지를 가진 대상으로 봄으로써 실험대상화,
그리고 아이를 갖고싶어하는 자신의 심리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이기적인 주장에 불과하다.
이들의 논리를 듣다보니 '불임인 여성들을 생각하면 중립으로 있어야 옳은게 아닐까'했지만,
그를 위해 희생되는 실험동물, 실험여성이 너무나 많고,
태어날 아기(거래되는)의 의사는 고려되지 않는다는 시점에서 생각을 그치기로했다.
생산을 통제하려는 인간의 그릇된 욕망이 너무 무섭다.
자연의 영역을 침범해서 그들이 얻고자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다른 여성을 착취하면서까지 아이를 갖고싶어하는 욕구가 무섭고,
여성과 아기 모두를 거래의 대상으로 보는 이타적인 욕구가 무섭고,
이를 자기 연구의 자료로 사용하려는 과학자들의 그릇된 욕구가 무섭다.
인간의 호기심과 욕구가 불러올 미래의 혼돈이 무섭고,
그리고 이 모든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리라는 불안한 확신이 무섭다.
멋진신세계가 더 이상 책속에서만 존재하지 않는 시대가 온 것이다.
엄청난 분량의 주석에 당황했는데, 긴 시간 들여 꼼꼼히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었다.
저자가 하는 모든 이야기를 소화하지 못했으나,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충분히 전달되었다.
이에 관련한 자료를 좀 더 접하고 싶은데, 영어에 좀더 능통하다면 소개된 사이트에도 들어가볼텐데..아쉽다.
이에 관한 담론이 더 적극적이고 복잡해지면 좋겠다는 역자의 말에 동의하는 바이다.
더 많이 대화하고 더 많이 주장해서 전세계적으로 공론화 될 필요가 있다.
인상깊은 구절
1. 코카인에 심하게 중독된 상태에서 돈이 절실하고 집이 없으며 지지를 구할 만한 곳도 막막한 가운데
성매매를 계속하기로 '선택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다. 이는 가장 어렵고 불운한 결정이다.
마찬가지로, 남편을 포함한 당신의 가족이 불임이라는 이유로 당신을 비난하고 따돌리는 가운데 여성을 대리모로 착취하기를
'선택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다. 이 역시 가장 어렵고 불운한 결정이다.
2. '어머니'는 난자 '공여자'이고 '모체'는 이 세포를 발달시키는 생모다. 정자 공여자들은 착각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당신의 중요성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3. 대리모가 해외나 국내 어디에서 이루어지든, 이것이 얼마나 잘 혹은 잘못 진행되든, 확실한 것은 대리모라는 행위를 통해서
우리가 하는 일은 아이를 어른의 재산으로 상정해서 사고판다는 것이다. 우리가 무언가를 절박하게 원한다는 것이 그것을
가질 권리가 있다는 뜻은 아니다.
4. 여성 개인이란, 그리고 그의 의지란 허상에 가깝다. 개인성이란 성별 계급으로서 정의되고 이용될 때 여성을 부정하는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다.
5. 성매매와 마찬가지로, 대리모 역시 이를 수행하는 여성이 어려운 상황에 있다고 해서 이들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비판받고 해부되어야 할 것은 이 '서비스'에 대한 수요다. 불임 부부와 게이 남성들을 대상으로
전 세계적인 광고 캠페인이 진행되고 수없이 많은 돈이 흘러들어가는 초국경적 산업이 커져간다.
문자 그대로 여성의 살로 만들어진 돈이다.
6. 규제에 초점을 맞출 때의 근본적인 문제는 이러한 접근이 문제의 뿌리를 보지 못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대리모를 '규제'하려는 시도는 여성을 대리모로 구입하거나 대여하고 난자 '공여자'의 건강을 위험에 빠뜨리는 이러한 행위가
정당화될 수 있는가라는 기본적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
7. 불임 여성들의 고통을 경감해주는 무해한 '치로제'의 '배경', 즉 근미래에 의료 기술이 경감해주는 무해한 '치료제'의 '배경',
즉 근미래에 의료 기술이 '일반'가임 여성의 신체에 통제를 행사하여 이를 가부장제적 통제로 이끌고, 누가 아이를 낳을 수
있는지와 그 '품질' 전반을 관장하게 되리라는 점을 보도록 했다.
8. 여성들을 대리모로 상품화하고 착취하는 이는 '게이' 혹은 '이성애자' 남성이 아니라 그저 남성이다.
9. 남성이 만들어낸 여성의 부분화 이데올로기는 시험관 여성을 만들어냈다. '신을 연기한다'는 발상은 여성에 대한 가부장적
지배를 6000년간 계속되게 해주었다. 지배의 핵심적인 기제는 두 가지였는데 하나는 남성이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할 수 없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사회계급으로서의 남성은 생식력이라는 힘을 가진 여성의 몸을 혐오한다는 점이다. 반대로 재생산에 '실패'하는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것은 경멸 그 자체였다.
10. 그는 "금니 대신 가치있는 효소와 호르몬이 추출되는 분자 아우슈비츠"를 예견하며 "우리는 이미 산업적 번식 공장을
통한 인간 농업의 시작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11. 아이를 위한 열망이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즐거움인지, 그것을 소유, 즉 아이를 구입해서 (혹은 적어도 간청해서) 갖고자
함인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12. 천문학적인 규모의 가부장제 자본주의 산업은 언제나 여성을 계끕과 인종에 따라서 착취할 준비가 되어 있다.
산업 내부에서 작동하는 우생학적인 논리가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이들의 이익에 위배됨은 물론이다.
빈곤한 여성들은 더욱 더 심하게 착취당한다.
키워드: 재생산권, 임신, 임신 중단, 대리모, 이타적 대리모, 상업적 대리모
'2020년 독서기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60. 저주토끼-20.05.07~05.08 (0) | 2020.05.09 |
---|---|
59. 경찰관속으로-20.05.06 (0) | 2020.05.07 |
57. 파과-20.05.03~05.04 (0) | 2020.05.04 |
56. 아가미-20.05.03 (0) | 2020.05.04 |
55.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20.05.02~05.03 (0) | 2020.05.0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