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젠더 | 을들의 당나귀 귀 |
전자책 |
손희정, 최지은 외 다수 |
후마니타스 | ★★★★★ |
후기 '그러니까 이것은 생존의 문제'
한국사회에서 여성의 입지와 그들이 처한 현실에 대해 다룬 책.
진주에 이어 목소리로 쓰인 책이 읽고 싶기도 했고, N번방 사건을 비롯한 여성범죄 기사들을 접하면서
지금이 이 책을 읽기에 적기라고 생각했다.
동명의 팟캐스트에서 반응이 좋았던 회차들을 편집한 책으로
<남성중심의 예능판-김숙 현상-걸그룹이 처한 극한의 노동환경-드라마속 여성노동-
여성혁명가들과 여공문학-성매매여성들과 금융사회-영화속 여성 슈퍼히어로-
아가씨,비밀은 없다 속 페미니즘-인터넷 속 디지털 남성성>을 다루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여성혐오는 단시간에 생긴 것이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여성의 존재를 긴 시간 동안 지운 결과라는 것이다.
이는 IMF를 기점으로 극심화 되었다고 한다.
여성과 남성 모두 경제생활을 하던 사회에서IMF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것은 여성의 비중이 더 큼에도 불구하고,
가장인 남성의 위치를 지켜주려는 국가적인 움직임이 있었다는 분석이었다.
이들은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여성의 상징성은 소멸시키고,
엄마 누나 등 가정에 헌신적인 존재로서의 상징성을 부각시키기 시작했다.
드라마나 영화 등 각종 매체에서 가장이라는 무게감으로 지친 아빠를 부각하면서 자연스럽게 엄마에게 죄의식을 떠안기고,
최종적으로는 가사노동의 대부분을 엄마에게 떠안겼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그러면서도 가사노동은 노동에 포함하지 않는 다는 것이 웃긴 노릇이다.
그 외 역사적인 활동 속에서 여성운동가들 지우기, 예능에서 여성연예인들 지우기 등.
다양한 방법으로 여성은 지워졌다. 동시에 여성이라면 응당 지녀야 할 모습을 강요하기 시작했다.
섹시하되 청순할 것, 멍청해서는 안되지만 남자보다 똑똑해서는 안될 것, 남자 앞에서는 고분고분할 것 등.
온갖 프레임속에 이런 모습들이 소비의 대상이 됐다.
이 중 가장 큰 간섭을 받은 이들이 바로 여자아이돌. 끊임없는 검열 속에 극한의 노동까지 버텨내야하는 것이다.
주체적인 섹시에서 이제는 간접적인 섹시, 그러니까 은밀함을 소비하기 시작했다는 부분은 너무 역겨웠다.
이 틀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사람은 단숨에 표적이 되어버리는데,
남자연예인의 경우에는 관대하게 대한다는 점이 또 아이러니였다.
작은 실수하나로 꼬투리잡혀 사라진 여성연예인들이 얼마나 많은데,
온갖 범죄를 저지른 남성연예인들은 온갖 채널에 나오고 있지않은가.
잘못을 저지른 이들에게 반성의 아이콘이라는 또 하나의 이미지를 부여함으로써, 새로운 기회를 주는 것이다.
참으로 든든한 연맹이다. 그 외 성매매 여성의 성형이 대출로, 그 대출이 대출을 낳는 가난.
그 기이한 구조는 국가와 자본주의의 결탁이 원인이라는 점이나,
아가씨를 만든박찬욱이 '이것은 페미니즘 영화다'라고 쉽게 말 할 수 있는 것은 그가 남성이기 때문이라는 점,
인터넷 발달과 함께 여성혐오가 극심해진 원인에는 포르노가 있었다는 점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다양한 영역에서의 여성혐오와 그 원인을 알 수 있었다.
성매매 부분은 특히 생각치도 못한 부분이어서 그 심각성을 절실히 느꼈다.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페미니즘 운동이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는 것인데,
이를 어떤 효과적인 방식으로 사회를 바꿔나갈지는 모두가 깊게 생각해보아야 할 부분이다.
며칠간 지속되던 분노를 차분히 가라앉히고 이성적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해준 유익한 독서였다.
매우 가치 있는 책이었고, 읽다가 팟캐스트부터 깔아버렸다.
한가지에만 몰두하는 경향이 있는데, 다방면으로 목소리를 들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합니다.
인상깊은 구절
1. 저는 여성을 괴롭히는 것 이전에 여성을 배제하는 상황이 더 근본적인 문제라고 생각해요.
2. 문화가 무서운 것은 우리의 정신과 사고방식에 큰 영향을 끼치면서도, 그걸 자연스럽게 느끼게 한다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더 비판적으로 보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3. 그러니까 진짜 이상한 건 한국 사회가 보통 여자에게 지성을 기대하지 않으면서도
또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엄청 심하게 비난하는 거죠.
하지만 남자들은 몰라도 크게 문제 삼지 않아요. 웃고 말거나, 웃기려고 그랬겠지, 하는 식이에요.
4. 아재 엔터테인먼트는 어떤 어른으로서의 성숙함을 보여 준다기보다는
성장하지 않은 남자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장이죠. 남성의 미성숙함에 면죄부를 주는 방식이랄까요?
5. 애를 버린 아버지는 흔하지만 애를 버리는 어머니는 잘 없기 때문에 포착되기만 하면 욕먹는거죠.
6. 여성을 끊임없이 성매매 산업으로 진입시키는 하부의 구조를 보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여성을 가난하게 만들고, 그 가난의 완충지대에 성매매 산업을 형성하고 있는 국가와 자본의 결탁이 더 큰 문제겠지요.
7. 한국 사회에서 '페미니즘'이라고 하는 게 엘리트 남성에게는 액세서리가 될 수도 있는 것인데
여성에게는 그것을 인정하는 순간 어떤 식의 굴레가 되기도 하기 때문은 아닐까 싶었어요.
8. 이 사회는 포르노 등을 통해서 성은 정말로 큰 쾌락이다, 하지만 도덕적 금기다,
하는 이중 잣대를 만들어서 오히려 여성 혐오적인 성 문화를 강화하고 있는 것 같아요.
키워드 : 예능, 아이돌, 성매매, 사회적 약자, 페미니즘
꼬리(연결고리) : 여자라는 문제
-역사가 지워온 여성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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