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소설 | 리틀 | 종이책 | 에드워드 캐리 | 공경희 | 아케이드 | ★★★★★ |
후기 '피가 아닌 슬픔으로 물든 이야기'
리틀은 영국 밀랍박물관 창시자 마담 투소(안나 마리 그로숄츠)의 인생을 소설적으로 풀어낸 회고록이다.
1761~1850년까지의 그녀의 인생을 통해 당시 프랑스의 역사를 함께 엿볼수 있다.
붉은색 표지만큼이나 강렬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한참을 쉬어가며 읽었다.
피에 젖은 기술로 세상을 사로잡았다고 하지만, 나에게는 마리의 험난했던 인생이 더 기억에 남는것을 어쩌겠는가.
가난을 핑계삼아 그녀에게 행해진 온갖 착취와 폭력은 시시때때로 분노를 일으켰다.
책장을 덮고나서도 한동안 분노가 사그러들지 않았다.
이 어린아이에게 벌어지는 모든 일들이 어찌나 끔찍하던지-!
사랑에 눈이 멀어서 마리를 보호하지 못한 쿠르티우스에게 화가 났고,
돈에 눈이 멀어서 마리를 무상으로 착취하는 과부에게 화가 났다.
마리를 사랑했으나 과부의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했던 에드몽에게 연민을 느꼈다.
마리는 그들을 통해 성장했고, 단단해졌고, 부드러워졌다.
그리고 그들은 마리를 통해 삶을 살았고, 성공했고, 또 단단해졌다.시대의 격변 속에서 마리는 살기 위해 몸부림쳤다.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와 그 가치를 증명해야 했다.
모두들 명예와 부를 바라보며 앞을 나아갈때, 마리는 그저 자기 자리를 지킬 수 있기만을 바랬다.
살기위해 악착같이 배운 기술은 피로 물든 손과 만나 다시 한번 그녀의 존재가치를 증명해주었다.
모든 순간을 '삶'이라는 목표하나로 버텨왔던 마리.
자신을 향한 '사랑'을 갈구했던 작은 아이 리틀.
수많은 죽음을 만지고, 또 죽음에 숨결을 불어넣은 그녀는 결코 작지않은 존재를 세상에 각인시키고 떠났다.
이 거대한 역사서 속에는 무수한 삶과 죽음이 있다.
그리고 그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던 마리, 그녀의 위대한 여정에 쿠르티우스의 작은 박수를 보낸다.
책을 돌려 뒷표지를 본다. 쓰러져있는 작은 꿀벌 한 마리. 다시 앞으로 돌린다. 외롭게 서 있는 작은 아이 하나.
마리, 리틀, 그리고 꿀벌. 안녕- 작은 아이야.
인상깊은 구절
1. 어머니는 내게 코를 남겼고, 그것만 있으면 난 그녀를 기억할 수 있었다.
공기가 지나는 두 개의 콧구멍으로 나는 사랑을 숨 쉬고 사랑을 냄새 맡았다.
2. 신장은 늘 옆에 다른 신장이 있지만, 나는 충수처럼 혼자였고 외로웠단다. 그런데 이제 그렇지 않지. 네 덕분이다.
3. 무슨 일이 벌어졌단다. 그걸 알아차리지 못했니? 특별한 일이 생겼어.
마치 작은 요골이 더 큰 척골에 붙은 것 같아. 비골이 경골에 붙은 것 같다고. 우린 그렇게 하나가 되었어. 너랑 내가.
4. 난 어른들이 많은 단점을 가졌고 완벽하지 않다는 걸 알았다.(중략) 어른의 체구가 큰 것은분명하지만. 체구는 거저 얻는 권위다.
5. 밀랍은 벌의 삶에 필수 요소다.(중략)사람들은 벌에게서 밀랍을 빼앗아 불순물을 제거한다. 그런 다음 밀랍으로 양초를 만든다.
밀랍은 우리에게 빛을 주고, 밀랍이 없으면 우리는 암흑 속에 살 것이다.
6. 아-끔찍하게 슬픈 머리통의 무게. 알아서는 안 되는 무게. 애처로운 둥근 머리통.
난 그것에 잔인하게 굴지 않았다. 에드몽을 위해서, 그 머리통 자체를 위해서.
7. 우리는 시간이 너무 많았다. 우리는 시간이 전혀 없었다. 운명이 계속 바뀌었다.
8. 삶과 죽음 사이에 있는 상태, 그것을 밀랍상이라고 부른다.
사족
완벽한 선인도, 극악무도한 악인도 없는 책이었다. 특히 쿠르티우스에게는 미운정 고운정이 많이 들었다.
그의 외모와 특이한 직업이 아니었다면 더 많은 사랑을 받았을테고, 그럼 자신에게 당당한 사람이 될 수 있었을텐데...
에드몽 다음으로 아픈손가락이다.. ㅠㅠ
향수같다는 평이 있던데, 과연 읽다보니 장 바티스트 그루누이가 겹쳐보인다.
근데, 마리가 더 안타깝고 안쓰럽긴 해.. ㅠㅠ...
향수는 세번 정독했는데 리틀은 그만큼 못 읽겠다.
키워드 : 밀랍, 가난, 프랑스 혁명, 피,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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