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달러구트 꿈 백화점-20.05.10
한국소설 | 달러구트 꿈 백화점 |
전자책 | 이미예 | 북닻 | ★★★★★ |
후기 '그러니까 내가 잠만보인 것은 꿈을 즐기기 위함이다'
펀딩 못해서 울었던 <주문하신 꿈은 매진입니다>가 전자책으로 나왔다.
낯설지 않은 느낌에 구매한 책이었는데, 어떻게든 만나게 될 운명이었나보다.
수면상태의 사람들은 어느 마을에 입장하게 되고, 그곳에서 원하는 꿈을 구매한다.
마을의 중심부에는 이야기의 뿌리와 다름없는 '달러구트의 꿈 백화점'이 있다.
많은 꿈 상점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달러구트 의 꿈 백화점은 특별하다.
'시간의 신과 세 제자들'의 '세번째 제자'가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최초의 꿈 상점이기 때문이다.
사회초년생인 페니는 백화점의 직원이 되어 다양한 손님들을 접하고, 꿈 제작자들을 만나면서 성장해 나간다.
특유의 통찰력과 발랄함으로 숙력된 직원이 되는 모습을 보고있으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
복잡하게 썼지만 마치 인사이드아웃 확장판같다.(특히 페니는 기쁨이와 비슷한 느낌이다)
마고리엄의 장난감 백화점 생각도 난다. 따스하고 뭉클하고 활기차다.
사람들은 직접 구매한 꿈이지만 다음날엔 이를 기억하지 못하고 무의식이 반영된 꿈이라고 믿는다.
그때 느낀 감정의 절반만큼이 꿈의 가격이 된다.
'설렘', '분노', '혼란', '호기심' 등 온갖 감정이 있고 이는 화폐로 거래할 수 있다.
꿈을 통해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바뀔지는 구매자의 몫이다.
어떤 이는 꿈을 통해 사랑을 찾고, 어떤 이는 꿈을 통해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어떤 이는 꿈을 통해 꿈을 찾는다.
달러구트는 구매자들에게 필요한 꿈을 찾아주는 인도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뿐. 꿈을 통해 어떤 것을 얻을지, 어떤 꿈을 꾸게될지는 언급하지 않는다.
나즈막히 '도움이 될 겁니다' 라고 전할 뿐이다.
'꿈의 역할은 거기까지. 현실을 침범하지 않는 수준의 적당한 다스림(본문참고)'인 것이다.
내가 꾸고있는 꿈이 사실은 내가 직접 구매한 꿈이라거나,
그리운 사람이 적당한 시기를 골라 보내준 꿈이라고 생각하면 모든 꿈 하나하나가 소중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달러구트는 말한다. '우선은 충분히 잠을 자세요.' 라고.
잠 아끼지 말고 재밌는 꿈 많이 꾸라는 잠 권장 도서이다.
사람들은 더이상 잠을 자지 않는다. 현실에 재밌는 것이 너무 많아 잠을 미루기 때문이다.
꿈 제작자들이 걱정하자, 달러구트가 해답을 내놓는다.
'그러면 우리가 더 재밌는 꿈을 많이 만들어 잠을 자게하면 된다.'
그러니 내가 잠만보인 것은 재밌는 꿈을 즐기기 위함이지 절대 게을러서가 아닌 것이다.
깨고싶지 않은 재밌는 꿈을 꿀때가 있다. 깨고싶은 힘든 꿈을 꿀때도 있다.
깨고나서 기억나는 꿈이라면, 의미없는 꿈으로 흘려보내지말고 한번 더 곱씹어보는건 어떨까.
어쩌면 내가 구매한 꿈일지도 모르니까. 생각치 못한 어떤 해답을 찾을지도 모르니까.
기대에 못미치는 책을 읽을때가 있고, 기대를 능가한 책을 읽을때가 있다.
이 책은 후자. 귀엽고 아기자기하고 생기넘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
속시끄러운 현실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던 훌륭한 도피처였다.
종이책으로도 꼭 출판됐으면 좋겠다. (역시 펀딩 놓친것이 후회된다)
인상깊은 구절
1. 푹 자는 것만으로도 어제의 근심이 눈 녹듯 사라지고, 오늘을 살아갈 힘이 생길 때가 있잖아요?
바로 그거예요. 꿈을 꾸지 않고 푹 자든, 여기 이 백화점에서 파는 좋은 꿈을 꾸든, 저마다 잠든
시간을 이용해서 어제를 정리하고 내일은 분비할 수 있게 만들어지는 거예요. 그렇게 생각하면
잠든 시간도 더는 쓸모없는 시간이 아니게 되죠.
2. 제가 생각하기에...잠, 그리고 꿈은... 숨 가쁘게 이어지는 직선 같은 삶에, 신께서 공들여 그려 넣은
쉼표인 것 같아요.
3. 네가 생각하는 대단한 미래는 여기에 없단다. 즐거운 현재, 오늘 밤의 꿈들이 있을 뿐이지.
4. "항상 꿈의 가치는 손님에게 달려 있다고 하셨는데... 아하, 그렇군요. 손님이 직접 깨닫느냐 마느냐의 차이예요.
직접 알려주는 것보다 손님 스스로 깨닫는 것이 중요하죠. 그런 꿈이 좋은 꿈이에요."
"그렇지. 과거의 어렵고 힘든 일 뒤에는, 그걸 이겨냈던 자신의 모습도 함께 존재한다는사실. 우린 그걸 스스로
상기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단다."
5. 모두가 제 꿈을 꾸로 극한의 자유를 느꼈다는 찬사를 보낼 때, 어린 저는 자유의 불완전함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꿈에서는 걷고 뛰고 날수도 있는 저는, 꿈에서 깨어나면 그러지 못합니다. 바다를 누비는 범고래는 땅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하늘을 나는 독수리는 바다에서 자유롭지 못하죠. 정도와 형태의 차이만 있을 뿐,
모든 생명은 제한된 자유를 누립니다.
6. 여러분을 가둬두는 것이 공간이든, 시간이든. 저와 같은 신체적 결함이든... 부디 그것에 집중하지 마십시오.
다만 사는 동안 여러분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는 데만 집중하십시오.
7. 영감이라는 말은 참 편리하지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뭔가 대단한 게 툭하고 튀어나오는 것 같잖아요?
하지만 결국 고민의 시간이 차이를 만드는 거랍니다. 답이 나올 때까지 고민하는지, 하지않는지. 결국 그 차이죠.
손님은 답이 나올 때까지 고민했을 뿐이에요.
키워드: 잠, 꿈, 꿈 백화점, 감정, 시간의 신, 꿈 제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