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20.05.02~05.03
한국소설 |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 |
전자책 | 심너울 | 안전가옥 | ★★★★☆ |
후기 '사회문제를 잘 버무려놓은 풍자소설'
진짜 재밌다. 왜 이제 읽었지? 트위터에서 후기봤을때 진작 읽었어야 했다.
숨 쉬는 것도 잊고 읽었다. 폭주기관차보다 내가 더 빠를 것이다.
작가의 많은 단편 중에 심사숙고하여 다섯편을 골랐다고 하는데, 과연 그래서인지 하나같이 주옥같았다.
1. 정적
개인적으론 가장 마음에 들었던 단편.
서울 한복판. 갑자기 사람들이 소리를 잃게 된다. 소리가 들리지 않는 한 경계가 생긴 것이다.
사람들은 패닉을 일으키고 속속들이 집을 떠나고 부동산은 계속 하락한다.
하지만 농인들은 오히려 이 정적에 편안함을 느끼며 비로소 일상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마지막 장에서 카페가 정적의 영역이 되었다는 점이 좋았다.
한편으론 소리를 되찾음과 동시에 모습을 감춰버린 그들을 생각하면 씁쓸하기도 했다.
설정이나 전개가 다르지만, <돌이킬 수 있는>이 떠올랐다.
조금 더 수정해서 중장편으로 나왔으면 싶기도 한데, 그 시절 그 감성으로만 쓰일 수 있는 이야기도 있으니까...
그리고 작가의 말처럼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서 욕심을 고이 접어두기로 한다.
2. 경의중앙선에서 마주치다
경의중앙선 한번도 타 본적 없지만, 책 읽고나니 어떤 분위기인지 알것 같은 그런 느낌이다.
말도 안되는 배차간격, 믿을 수 없는 도착시간에 지쳐버린 경의중앙선 승객들이
기다리다 지쳐서 지박령이 되어버린 슬픈이야기.
내가 경의중앙선을 타본 경험이 있다면 웃으며 읽었을 지도 모르겠다. 슬펐다고 하네요...
3.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
직장인들의 입버릇 '매일 금요일만 같아라', '매일이 주말이었으면'
정말로 매일이 금요일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잠에서 깨면 늘 금요일인 현이 결국에는 패닉을 일으킨다는 이야기.
읽고나서 '그러게 매일이 주말이었으면 좋겠다고 했어야지'라는 생각부터 드는 걸 보니 나는 아직 멀었나보다.
우리에게 주어지는 휴식이 늘 주어진다면 그것이 과연 휴식인 것일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4. 신화의 해방자/ 5. 최고의 가축
둘은 묶어서 생각해보자.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결국은 전설의 동물까지 통제하기 이른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동물을 착취하는 것에 대한 죄책감을 떨칠 수가 없었다.
이제는 동물을 넘어서 사람도 통제하는 사회가 되었는데, 그 후에는 무엇을 통제할지 무섭기만 하다.
최근들어 다양한 SF물을 접하고 있는데, <땡스 갓, 프라이데이>는 가볍게 읽기 좋았다.
하지만 담고 있는 주제는 가볍지만은 않다는게 또 매력적이다. 쉽고 재밌으니 SF 입문서로 추천한다.
<칵테일 러브 좀비>도 그렇고 안전가옥 다른 책들도 읽어봐야 겠다.
책장은 좁은데, 읽고싶은 책은 매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네.
인상깊은 구절
1. 여기는 원래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봉사 단체가 세운 비영리 수화 카페예요.
이런 일이 생기니까 비장애인 분들도 오시네.
2. 여기 땅값이 엄청 내렸어요. 그래서 제 주변 사람들은 다 마포구 한강변에 있는 아파트에 살게 됐어요.
장애인 편의 시설 설치가 웬 말이냐 하면서 시위하는 사람들도 없고, 창밖으로 한강도 보이고, 얼마나 좋아요.
요즘에는 방송마다 자막도 달아 주잖아요. 수화는 기대도 안 하지만.
3. "잘됐다! 제발 기사화 좀 해줘요. 진짜 이런 걸 어떻게 대중교통이라고 하겠어. 대중고통이지."
4. 왜, 실험 동물들을 다루는 데 대한 여러 윤리적인 규칙들이 있잖아. 필요 없는 고통을 주면 안되고, 가능한
희생을 최소한으로 해야 하고. 사실 그런 규정들이 쥐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겠니? 어차피 죽는 건 매한가진데 말이야.
사람들이 자기를 윤리적으로 대하려고 노력하는 걸 알기나 하겠어? 그러니까, 그건 결국 전부 실험자를 위한 규정이야.
실험자가 스스로 규칙을 지키고 있다고 생각하면 정신이한결 편해지거든.
5. 인간이 지금까지 길들였던 가축들 중 가장 위대한 존재인 이스켄데룬은 자기가 좋아하는 자세로 웅크렸다.
배가 바닥에 닿는 시원한 느낌을 그는 좋아했다. 참으로 탁월하고 평화적인 결론이라고 그는 확신했다.
키워드: 경의중앙선, 소리, 동물실험, 휴식, 가축
꼬리(연결고리): 돌이킬 수 있는
-설정은 차이가 있지만, 소외계층에게 주어진 아주 좁은 영역,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공통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