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그리고 여자들은 침묵하지 않았다-20.04.19~04.22
영미소설 |
그리고 여자들은 침묵하지 않았다 |
전자책 |
크리스티나 달저 |
고유경 | 다산북스 | ★★★☆☆ |
후기 '침묵하지 마라, 그것이 너의 미래가 될 것이다.'
'침묵하는 여성들이여, 더이상 침묵하지 말라. 너의 그 침묵이 더욱 많은 여성을 침묵하게 할 것이다.'
좋은 메세지를 가졌다. 그런데, 결말이 결국 나를 더욱 분노하게 만들었다. 전반부에서 느낀 것과는 다른 의미의 분노.
허무하다. 이걸 보려고 내가 그 긴시간 분노하면서 읽은게 아니다.
독자의 분노를 들끓게 해놓고 갑자기 아래로 내팽겨쳐버린다.
미국의 모든 여성들이 목소리를 잃는다는 설정? 좋다. 다 좋다구.
하루에 주어진 단 100개의 단어를 어떻게든 조합하여 일상생활을 한다.
그 과정속에 차별도 있었고, 말도 안되는 과거로의 회귀도 있었다.
종교라는 신념을 지니게 되면 말도 안되는 일들도 말이 되게 하는구나 싶어서 몸서리 쳤다.
그러니까 이 모든 것은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았을 때, 언제든 우리에게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이야기이다.
그 흔한 불륜 설정도, 엄마에게만 가혹한 모성애도 참고 견딜 수 있었다.
하지만 이만큼 분노하게 했으면 여성들이 해방되는 과정도 더 상세하게 서술해줘야 한다.
아니 한발 양보해서 20여 페이지 남짓한 종이 위에 결말을 욱여넣은 걸 이해해 볼 수도 있다.
그래도 남자로 인해 목소리를 잃은 여성이 결국은 남자의 도움으로 인해 목소리를 되찾는다는 결말.
너무 허무하지 않습니까.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라는 거에요?
남자라고 전부 나쁘지는 않다는 거에요?
아님 누가 봐도 이 비인간적인 사회가 이상하다는 거에요?
불륜을 납득하는 남편, 아내의 자유를 위해 희생하는 남편, 우습다.
여성의 희생이 있고서야 각성하는 남자, 어이가 없다.
남은 페이지 안에 이야기를 어떻게 구겨넣었나 싶었는데, 뒷통수를 맞았네.
나는 이 책을 통해 무언가를 또 배울 수 있을 것 같았고 좋은 독서가 될 거라고 믿었다. 그래서 지금 굉장히 아쉽다.
차라리 완전한 디스토피아로 끝내던가. 그럼 밤새서 읽은게 억울하지나 않지.
불륜이야기에 투자할 페이지를 후반부에 더 할애했으면 좋았으려만...
이야기의 주제를 주인공의 입을 통해 전해줘야 하는데, 주인공은 그냥 도구로 사용하고 끝내버렸다.
그렇다고 재키가 뭘 했나? 아니다. 린이 뭘 했나? 아니다.
여성들의 소리없는 저항이라면서요... 여성들 누가 정확히 어떤 저항을 했는데요? 결국 남자 손 탔는데?
이들에게 총과 칼을 쥐어줬으면 제대로 휘둘러보게 해줬어야 마땅하다.
등장인물들 여자로 만들고, 여자가 차별당하고, 사랑 좀 하고, 해방된다.
이렇게 쓰면 인기있겠지 싶은 소재들 다 모아다가 두달간 휘갈겨 쓴걸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좋게봐서 세상은 여자들로 인해 급진적으로 변하고 있고,
미래에 대한 상상은 당신들에게 맡긴다. 라고 해석하기엔 작가는 너무나 불친절했다.
2/3까지는 정말 잘 읽었는데 말이지... 남은 페이지수 계속 확인 하면서 손에 땀이 났는데...
비행기에서 갑자기 등떠밀려 뛰어내린 느낌이네.
기대했던 책에 뒷통수 맞는 느낌 상당히 불쾌하고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출판사의 홍보용 문구일텐데,
양심이 있다면 아무데나 <멋진신세계><1984><시녀이야기> 갖다 붙이지 마라.
+4.29일 추가)
혹평만 한 것 같아서 내내 신경쓰였다. 다른 책들 읽는 내내 계속 이 책 생각을 했다.
장황한 초반부에 비해 후반부가 빈약했다는 점은 지금도 화가 나지만, 여성들의 행동에 대한 분노를 줄여보기로 했다.
1년이 채 되지않는 시간동안 억압받던 여성들이 과연 어디까지 행동할 수 있었을까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강력한 억압으로 인해 짧은 시간동안 구시대로 회귀를 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저항하는 법을 잊은게 아닐까.
불륜에 대해 분노를 했으나, 이또한 주인공이 유일하게 할 수 있었던 주체적인 선택이 아닐까 라고 긍정적으로 보려고 한다.
여성 문학을 읽고 내가 원하던 것과 다른 이야기라고 해서 쉽게 실망하지 않기. 오늘부터 주의해야 할 한 가지.
이제야 내기 시작한 목소리를 내가 독자라고 해서 침묵하게 만들지는 말자.
인상깊은 구절
1. "페미나치에서 페미를 빼면 뭐가 남는지 아시나요?"
재키는 대답을 기다릴 필요도 없다는 듯 바로 말했다.
"나치. 당신이 얻을 건 그것뿐이에요. 그게 더 좋습니까?"
2. 여자는 푸툐할 수 없지만, 자기만의 영역이 있으며, 놀라운 책임감과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
여자는 신성한 가정의 수호신이다... 아내와 어머니, 그리고 집안의 천사라는 위치가 여자에게 주어진 가장 거룩하고
가장 책임감 있고, 여왕 같은 자리라는 걸 더 깊이 깨달아야 한다. 그러므로 더 높은 어떤 것에 대한 모든 야망을
버려야 한다. 평범한 인간들에게는 그렇게 높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존 밀튼 윌리엄스 목사.
들으셨죠? 엄마는 여왕같은 존재예요.
3. 칼 목사와 그의 거룩하고 순수한 청양들이 하느님의 계획으로 다르게 만들어진 존재가
단지 '여자'와 '남자'만이 아니라 '흑인'과 '백인'도 있다는 걸 깨닫기까지 얼마나 걸릴 것 같아요?
우리 부부처럼 다른 인종 간의 결혼도 그들이 꾸민 일이라고 생각하나요?
만약 그렇다면, 당신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똑똑하지 않아요.
4. 괴물은 절대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잘못 인도된 프랑켄슈타인처럼, 그들은 하나하나씩 천천히,
항상 자신이 더 잘 안다고 생각하는 미치광이의 인위적인 창조물로 만들어진다.
5. 옛말에 '윗입술을 꽉 깨물다'라는 말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라는 뜻이기도 했지만,
엘리베이터의 반질반질한 철벽에 비친 그의 모습을 보니, 우리가 걱정해야 할 건 윗입술이 아닌 것 같았다.
언제나 그렇듯 아랫입술이 우리를 두렵게 만든다.
키워드 : 말, 여성 해방, 차별, 목소리, 베르니케영역
꼬리(연결고리) : 파워
-억압받는 여성, 해방된 여성. 각각의 책에서 여성에게 주어진 정반대의 설정을 두고
이들이 어떤 선택을 하고 나아가는지 비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