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멋진 신세계-20.03.18~03.19

영미소설 | 멋진 신세계 | 전자책 | 올더스 헉슬리 | 안정효 | 소담출판사 | ★★★★☆ |
후기 '오 멋진 신세계여'
마지막장을 읽고나서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이것은 문명의 발달 속에 만들어진 인류와 그 발달을 거부하고 살아온 인류의 이야기이다.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며 만들어진 이 세계를 보고있으면 알 수 없는 이질감에 몸서리 치게된다.
불필요한 낭비를 막고 거대한 시스템 안정을 위한 감정과 배움의 통제.
탄생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통제되는 구조속에서 자신들은 행복하다고 믿는 인간들.
과학도 예술도 없는 그 신세계에서 그들은 무엇으로 부터 행복을 얻는가.
생존을 위한 안정은 국가와 인류 중 누구를 위한 것인가.
신인류. 그들에겐 다섯가지 계급이 있다.
각각의 계급은 본인의 위치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고, 동시에 아래계급에 대한 혐오감을 느낀다.
이 구조에 대한 그 어떤 의구심도 갖지않고, 당연한듯이 일을 하고 당연한듯이 행복을 느낀다.
이들에겐 결혼이라는 개념이 잊혀진지 오래다.결혼도 임신도 가족도 노화도 없는 그야말로 이상적인 세상.
이 세계엔 야만인 구역이 있다.
그들은 문명의 발달을 거부한채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여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결혼 그리고 출산의 과정을 거쳐 자연스러운 노화로 인한 죽음까지 이어지는
그야말로 야만스러운 생활을 하는 또 하나의 인류.
이 멋진 신세계에선 당연히 후자가 야만스럽다.
모든 사람은 만인의 공동 소유물인데 어떻게 결혼을 하는 것이며, 임신과 출산은 외설스러운 것인데 어떻게 그럴 수 있으며,
늙는다는 것은 추한 것인데 어떻게 주름질 수 있는 것인가.
하지만, 계급을 나누고 또 그들을 착취하고, 그들과 다른 형태의 사람들을 야만인이라고 지칭하는 이 신인류들을
보고있자면 과연 누가 더 야만인인가 하는 물음이 떠나지 않는 것이다.
이쯤되면 신세계를 가장한 현대사회 고발서인가 하는 생각에 이르게된다.
야만인들과 앱실론들을 원숭이 보듯 바라보던 그들의 시선이 하층민을 보는 현대사회의 시선과 다르지 않다.
아, 멋진 신세계여. 이토록 멋진 신세계가 어디있으랴!
머지않아 우리도 이 멋진 신세계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아니, 바로 지금이 멋진 신세계이며, 우리가 신인류이자 야만인이다.
인상깊은 구절
1. 안정을 추구해야 한다. 사회적인 안정이 없다면 어떤 문명 세계도 존재하지 못한다.
개인적인 안정이 마련되지 않으면 어떤 사회의 안정도 존재하지 못한다.
2. 그건 어떤 인간이 마지막으로 확실하게 사라지면서 만들어낸 가스 때문이었어요.
한 차례 거세게 뿜어 나오는 뜨거운 바람이 되어 올라가 사라지는 인간 말입니다.
그것이 누구였는지, 여자인지, 남자인지, 알파인지 엡실론인지, 그걸 알면 기분이 묘해질 거예요...
3. 비참한 불행에 대한 과잉 보상에 비하면 현실적인 행복은 상당히 추악해 보입니다.
그리고 물론 안정이란 불안정만큼 그렇게 요란하지는 않습니다.
만족한 상태는 불우한 환경에 대한 멋진 투쟁의 찬란함도 없고
유혹에 대한 저항 그리고 격정이나 회의가 소용돌이치는 숙명적인 패배의화려함도 전혀 없습니다.
행복이란 전혀 웅장하지 못하니까요.
4. 상급 대용 샴페인을 하급 병에다 부어 넣을 수는 없어요.
5. 침묵이 흘렀다. 그들에게 닥친 슬픔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슬픔은 서로 사랑한다는 증거였기 때문에,
바로 그 슬픔으로 인해 세 젊은이는 행복했다.
6. 과학과 행복과 인간성의 함수는 결국 기계 문명만이 남는다는 불평등 방정식을 남긴다.
그렇다면 과연 인간에게는 무엇이 참된 이상향이며, 우리들은 그곳에 다다르기 위해서 어느 길로 가야 할까?
사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어야겠다고 다짐하게 된 계기. 책을 읽는 동안 내 무식을 실감할 수 있었다.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이 이런상황에 쓰이는 거였네.
등장인물들을 배제하고 순수하게 느낀점만 쓰려다보니 한시간을 붙잡고 있었다.
더 잘쓰고싶다는 아쉬움이 남지만, 집착하지 않아야겠다.
후반부의 야만인을 보면서 향수의 '장바티스트 그루누이'가 겹쳐보였다.
향을 가지고자 하는 그루누이의 집착. 문명에서 자유롭고 싶다는 야만인의 집착. 그리고 나는 후기에 집착(????)
아쉬운 것은 상급계급 중 흑인은 없다는 것과 하급은 주로 흑인과 홍인이었다는 점?
당 시대상을 반영한 디스토피아적 설정이라고 그러려니 하고 넘겨야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으니까요...
고전은 고전 그 자체로서의 가지가 있지만, 이런 설정을 마주할 때면 당혹감을 감출 수 없다.
키워드 : 미래, 유전자 조작, 문명, 차별, 자유, 통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