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독서기록

09.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20.03.12~03.14

독서의 흔적 2020. 4. 7. 16:30

여성에세이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전자책 김하나, 황선우 위즈덤하우스 ★★★★★

 

후기 'W2C4 외의 무수한 가족의 형태를 상상하자'

제대로 된 에세이를 읽은 것은 이번이 처음인 듯 하다.

무의식 중에 남의 인생이야기를 듣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나 보다.

그런 연유로 이 책도 훨씬 이전부터 존재는 알았지만,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첫 장 부터 마지막 장 까지 끊임없이 웃었다.
'쓴다'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이만큼 재밌는 글을 쓸 수 있구나 싶어서 한편으론 존경스러웠고 한편으론 부러웠다.

두 작가가 쓴 글이 번갈아가며 나오는데, 각각의 에피소드들이 배치가 어찌나 탁월하던지. 에세이라는 건 재밌는거였구나!
곳곳에 맞는 말이 한가득이니, 배울 점 또한 많았다.

아는 언니와 동거를 하고있는 입장에서 이런 점은 본받아야지 싶은 마음에 고개를 몇번이나 끄덕였다.

가족을 이루는 모두가 읽기 좋은 지침서가 아닐까. 함께 산다는 것은 그 사람의 장단점을 다 끌어안아야 한다는 것인데,
몇번의 충돌로 서로를 대하는 절충안을 찾은 점이 인상적이었다.

상대방을 바꾸려 들어서는 안되고 이해시켜야 한다는 점. 그리고 모든 것을 내 입맛대로 할 수 만은 없다는 점.

사실은 다들 알고 있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것들. 아, 나도 참 많이 바뀌어야겠구나 반성 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각자의 부모님이 원하는 것(며느리가 마땅히 해야 할 부양으로서의 의무 등)이 없으니,

결혼보다 훨씬 마음이 편하고 좋다-고 언급하는 부분이었다.

덕분에 나도 독신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사람 냄새 물씬 나는 따스하고 정겨웠던 책.

인상깊은 구절

1. '혼자 사는 게 잘 맞는다'는 말은 10년쯤 그 생활을 지속해본 후에 해야 할 말이라고 생각한다.


2. 단지 혼자의 고단함을 피하자고 결혼 제도와 시월드와 가부장제 속으로 뛰어드는 건 고단함의 토네이도로 돌진하는 바보짓이었다.


3. 혼자 하는 모든 일은 기억이지만 같이 할 때는 추억이 된다는 이야기를.

감탄도 투덜거림도, 내적 독백으로 삼킬 만큼 삼켜본 뒤에는 입 밖에 내서 확인하고 싶어진다.


4. 사람들도 저마다 다른 온도와 습도의 기후대와 문화를 품은 다른 나라 같아서,

누군가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은 외국을 여행하는 것처럼 흥미로운 경험을 준다.


5. '창밖으로 플라타너스들이 눈 아래 일렁이는 게 바다 같았어.' 그리고 차에 타더니 이렇게 덧붙였다.

'나도 좋아' 나는 그 순간 세상 모든 플라타너스 잎이 한꺼번에 펄럭이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6. 관계에서의 의무는 지지 않지만 자식의 옆에 있어주어 든든하다는 이야기를 듣는 위치라면

누군가의 며느리가 되는 일도 얼마나 산뜻하고 가뿐할까?


7. 나이가 되도록 결혼을 안 하고 있어서 좋은 점은, 세상이 말해주지 않는 비밀을 하나 알게 되있다는 거다.

안 해도 별일 아니라는 사실이다. 내가 결혼 안 해봐서 아는데, 정말 큰일나지 않는다.


8. 함께 사는 사람, 같이 살아가야 하는 사람과의 싸움은 잊어버리기 위한 싸움이다.

삽을 들고 감정의 물길을 판 다음 잘 흘려보내기 위한 싸움이다. 제자리로 잘 돌아오기 위한 싸움이다.


9. 왜 안양반은 없고 바깥양반만 있는 걸까?


10. 개인이 서로에게 기꺼이 그런 복지가 되려 한다면, 법과 제도가 거들어주어야 마땅하다.

다른 모습의 다채로운 가족들이 더 튼튼하고 건강해질 때, 그 집합체인 사회에도 행복의 총합이 늘어날 것이다.

 

사족

읽는 내내 작가님과 우리를 비교했다.
하나 작가님의 생활방식은 나와 너무 똑같았고, 선우 작가님은 언니와 너무 똑같았다.

차이점이 있다면 우리는 둘다 바깥활동을 크게 반기지 않는다는 것?

공통점은 서로 대화하는 그 시간이 즐겁고 피로가 풀린다는 것.
그간 나는 서로에게 서운한 점을 어떻게 풀어야할지 거기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이책을 참고삼아 언니랑 잘 살아보도록 해야겠다.
그런데 작가님네 너무 부럽잖아....! 이렇게 따스하고 정겨운 동네주민들이 잔뜩이라니.

이게 서울에서 가능한 거였다고? 너무 부러워서 눈물이 나오려 해

 

키워드 : 동거, 결혼, 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