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독서기록

04. 이름없는 여자들-20.03.06~03.08

독서의 흔적 2020. 4. 7. 15:58

북유럽소설 이름없는 여자들 종이책 아나 그루에 송경은 북로드 ★★★☆☆

 

후기 '사회 깊숙한 곳에 숨어있는 어둠'

시놉은 전혀 읽지않고 순전히 제목만 보고 고른 책.
피해자가 여성일 줄은 몰랐기에 초반 몇장을 읽고 아뿔싸 싶었다.

1/3정도까지는 '아, 책 잘못 택했나봐'하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것이 여성 피해자가 나오는 추리소설은 시중에너무 많았으니까.

책을 다 읽고나서야 그렇게 생각한 것을 후회했다. '이름없는 여자들' 이 보다 더 이 책에 어울리는 제목은 없으리라.
이 책은 불법체류자 여성들의 삶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 속에 그들이 어떤 위험에 처해있고, 어떤식으로 의식주를 해결하는지 등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그와 더불어 가정폭력 피해자들의 삶도 함께 볼 수 있었다. 추리소설의 옷을 입은 사회고발책이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이해했다.)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범인을 추리하며 읽고자 했는데, 나중가서는 정자세로 진지하게 읽을 수 밖에 없었다.

살면서 불법체류 여성의 삶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가 얼마나 있겠는가.

아니, 알면서도 모른척 덮어두고자 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들은 그들이 처한 상황을 빌미로 성적 착취를 당하고 있었고, 노동 착취를 당하고 있었다.

불미스러운 일을 당해도 경찰에 신고할 수 없었고,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었다.

다시 끌려올 것이 뻔했기에 고국에 돌아갈 수도 없었다.

그들을 돕고자 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그들을 이용하여 돈을 벌어들이고 사회적 지위를 얻는 이들도 있었다.

각기다른 인간의 본성이 사회적 약자를 만났을때 어떻게 반응하는 지를 알 수 있었다.

사건의 시작은 사소했지만, 그로 인해 사회의 어두운 면을 볼 수 있었다.

작가는 이들을 주제로 삼았을 때부터 신중하고 차분하게 자료수집을 했을 것이다.

이정표를 따라가다보면 그가 이 주제에 관해 한발짝 한발짝 조심스럽게 안내하는 것이 느껴진다.

다만 굉장히 아쉬운 점은 이 모든 것을 위해 희생된 피해자가, 사실은 굉장히 사소한 계기 하나로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약자들 중에서도 최약자 일 수 밖에 없었던 그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가지고 있는 주제에 비해 사건의 동기며, 결말이 참 아쉬운 책.

그리고 띠지는 할 말이 많다. 언제까지 가해자의 입장에서 쓰여진 말들을 띠지에 앉힐 셈인가.

책을 다 읽고나서 보니 정말 소름끼치는 문장이다. 그리고 뒷표지도.

요약을 이렇게 밖에 할 수 없었나. 누가보면 두 남자의 우정이야긴 줄 알겠네.

좋게 쓴 후기를 다시 수정하게 만들었다.

 

인상깊은 구절

이곳 사람들이 외국 여성들을 필요로 하는 게, 섹스할 때랑 청소할 때인 것 같아서요...

그 두 가지 일을 하는 데 서양 여자들은 의욕이 없나봐요

 

사족

잘 읽었다 생각했는데, 후기 다듬으면서 생각할 수록 그라데이션 분노가 차오른다.

무려 400페이지를 넘어가는 책인데, 이렇게 끝난다고....??? 이 주제로 이렇게 벌려놓고서.....????

말도 안된다 진짜.좋게말하면 현실적인 엔딩인거고, 나쁘게 말하면 작가의 관심이 딱 여기까지였다는 거고.
추리소설의 한계로 봐야하는건지, 작가의 한계로 봐야하는건지 모르겠다.
그냥 딱 내가 밑줄 그은 저만큼인걸로.

 

키워드 : 불법체류, 여성, 외국인, 성매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