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독서기록

148. 지붕 위 삐롱커피 1, 2, 3-20.09.17

독서의 흔적 2020. 9. 18. 14:24

만화 지붕 위
삐롱커피 1, 2, 3
종이책 엥기 엥기(독립출판) ★★★★★

 

후기 '공존과 상생'

귀엽다. 사랑스럽다. 행복하다. 세상 모든 긍정의 표현을 여기에 갖다붙이고 싶다.
을지로 건물 위에 커피집을 연 고양이, 광냥이 이야기.

털을 곤두 세운다던지, 온 몸으로 늘어진다던지 하는 다양한 고양이의 모습에 미소가 절로 나온다.

느이 집엔 고양이 없지?, 나만 고양이 없어ㅠㅠ를 외치는 온갖 애묘인이 읽어야 하는 책이다.

커피를 마시고 삐롱! 외치거나, 독수리가 습격하는 등 떠들썩하지만,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나른해진다.

목발을 짚고 나타난 독수리가 쭈뼛쭈뼛 커피를 사는 모습에 풋-하고 웃음이 비져나온다.

생쥐, 진돌이, 독수리, 앵무새, 참새도 줄서서 마시는 핫플레이스.

천적도, 라이벌도 손님이 되고 단골이 되는 삐롱커피로 오세요-!

읽고 또 읽다가 질릴때까지 읽고싶다 -여기까지는 적당한 주접이고, 진짜로 하고싶은 이야기는 그림 아래에 있다. ↓↓↓

냥냥이 상권 옆에 찍찍이 상권(좌) / 상자 안에 냥이 있어요 (feat. 기둥 뒤에 공간있어요)

많고 많은 곳 중에서 왜 을지로 건물 옥상일까, 왜 을지로 상가일까 했는데, 세운지구 재개발 때문이었다.

광냥이는 상권에 새로 자리잡은 소규모 자영업자일테고, 독수리는 프랜차이즈쯤 되지 않을까.

1, 2권 내내 일방적으로 괴롭히던 독수리가 3권에 이르러서는 화해의 손길을 내민다. 

개인적인 해석을 더하자면 독수리와 광냥이의 관계회복은 공존과 상생을 상징한다.

이를 현실문제로 치환했을 때, 무분별한 개발이 아니라 그 사이에서 적절한 타협점을 찾자는 메시지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재개발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잘 알고있다.

가난과 과거를 몰아내고 선택받은 일부의 입맛에 맞춘 부의 영역을 새로 만드는 것이라는 사실을.

이를 증명하듯이 세운지구 3~6구역은 재개발 이후 고급 주거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라고 하더라.

(분양마감에 임박했다는 카더라...)

부를 과시하는 흐름, 잘못된 주거정책에 휩쓸려 다들 본질적인 것을 놓치고 있는 듯 하다.

집이 없어서 소유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집이 너무 비싸서 소유하지 못하는 것이다.

무분별한 개발이 지나간 곳에는 각종 상업지구, 고급 주거단지가 들어선다.

개발이란 명목하에 소시민의 삶이 수없이 내쫓기고, 부를 갈망하는 사람들은 흉내라도 내보고자 열심히 뒤쫓는다.

편의시설이 늘어나고, 학군이 좋다며 우르르 몰려가지만, 이 모든 것이 과연 누굴 위한 것일까.

골목마다 촘촘히 남아있는 세월의 흔적들은 이제 책에서만 볼 수 있는 과거로 남을 것이다.

오랜시간 자리잡고 터전을 일궜던 상인들과 주민들은 이제 어디로 향해야하나.

나는 부익부 빈익빈이 아니라 부와 빈 모두 적절한 선에서 공존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을 희망한다.  

하지만 현실에선 아이들조차 빌라와 아파트를 두고 급을 나누고 있다. 이 팍팍한 세상을 어떻게 버텨내야 하나... 씁쓸하다.

 

키워드: 을지로, 세운지구, 세운상가, 재개발, 고양이, 커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