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독서기록

126. 의병장 희순-20.08.15

독서의 흔적 2020. 8. 15. 20:55

만화 의병장 희순 종이책 정용연(그림)
권숯돌(글)
휴머니스트 ★★★★★

 

후기 '오늘의 자유. 우리는 그들에게 너무 많은 빚을 졌다.'

눈뜨자마자 책장으로 달려가서 꺼내온 책.

오늘만큼은 이 책 한 권 다 읽고 자겠다고 때로는 분노하며, 때로는 눈물지으며 숨 쉴 틈없이 읽었다.

 

'조선 최초의 여성 의병장'라는 단어는 오히려 윤희순의 생을 납작하게 만든다.

의병대장은 수많은 행적 중 하나에 그칠 뿐이다. 아니, 오히려 그가 이룬 것 중 가장 작은 단위의 업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는 안사람들 의병장이었고, 어학당의 교장이었으며, 독립운동의 초석을 다지기 위한 자금조달책이었고,

일본의 핍박에 못이겨 중국과 만주 각지에 뿔뿔이 흩어진 독립운동가들을 한데 뭉친 장본인이기도 했다.

3대에 걸쳐 독립운동을 하던 그의 가족은 조선이 일본에게 병합되자 중국으로 건너가 후일을 도모했다.

이때 중국의 척박한 땅을 개간해 벼농사를 알려주기도 하는데, 후에 이곳은 고려구라고 불렸으며,

중국에 두고 왔던 희순의 묘를 대대손손 지킨 중국인이 있다고도 한다.

이곳에서 윤희순은 전설같은 존재이다.

여럿이 모여도 하기 힘든 일을 한 사람이 이끌었지만, 역사 시간에 단 한번도 언급된 적이 없었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도 아닐테고, 대체 이 기록은 어디에서 왔을까.

바로 윤희순의 일기 <일생록>을 바탕으로 각색한 것이었다.

직접 쓴 일기장이 아니었다면 지금 우리가 '윤희순'이라는 이름 석자 한 번 들어볼 수나 있었을까.

아무리 성취가 큰 여성이라도 개인사 위주로 자기서사를 기록한다던 장영은 선생님의 말이 생각난다.

윤희순(1860~1935)<일생록>, 그리고 <의병장 희순>.

때로는 싸우고 때로는 인내하며, 물러나서도 후일을 도모하던. 상냥하며 강인하고, 꼿꼿했던 그의 인생.

 

"무엇을 지키려 했냐고? 글쎄다. 바로 그것은 누군가에겐 가족이었고 누군가에겐 이름이었고 목숨이었고 땅이었고

하늘이었고 자존이었고 독립이었을 테지. 그리나 그 대답은 좀 미뤄두기로 하자. 우리가 그토록 처절히 지키려 한 것이

무엇이었는지는 훗날 너희가 우리에게 가르쳐주지 않겠느냐?“

과연 그들이 지키고자 한 것은 무엇이었을지

수능을 위해 열심히 역사공부를 했던 그 시절에도, 그리고 이 책을 완독한 지금도 답을 모르겠다.

모든 것을 바쳐서 지켜내고자 한 것이 이런 모습은 아니었을테다.

8.15 광복절을 맞아서 광화문 광장에 시위하고자 모인 이들을 보고있으면, 약간의 슬픔에 분노가 더해진 한숨이 절로 나온다.

 

"와 이런 집에는 도대체 어떤 사람이 사는 걸까?"

/ "적어도 독립운동가 후손은 아니겠지."

독립운동에 전재산을 사용했기에, 후손들은 광복이후에도 배움을 받지 못하고 사회적 약자가 되었다는 사실이

슬프다. 친일에 앞장섰던 이들의 자손들은 대대손손 떵떵거리면서 잘 살고있는데 말이다.

후손에게 더 좋은 세상을 물려주고자 했것만 정작 직계후손들은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니.

'독립을 위해 우리가 한 것이 없기때문에 괜찮다.'고 애써말하는 그 목소리에서 차마 숨기지 못한 슬픔이 느껴진다.

 

+) 이완용의 매국과 의병단 싸움의 극명한 대비가 더 큰 분노를 야기했다.

오늘 광장집회에서 일장기가 등장했다는 걸 보니, 이완용의 정신이 아직까지도 계승되고 있나보다.

 

+)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삶... 전재산을 걸고 나라를 지켰지만, 돌아온 것은 고국의 외면이었다.

https://m.blog.naver.com/sunfl91/221913713947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궁핍한 삶이 보여주는 대한민국의 부정의

#친일 하면 3대가 흥하고 #독립운동 하면 3대가 망한다는 우리나라.볼 때마다 울분이 터지는 독립운동 후손...

blog.naver.com

 

인상깊은 구절

1. 형제간에 싸움이요, 부자간에 싸움이라. 우리 조선 백성들이 이렇듯이 어두운가.

제 부모 살을 베어 남을 주고 내 부모를 버리고서 남의 부모 섬길소냐.

 

2. 할미는 배움이 짧아 조선이 망국에 이른 복잡한 정세는 미처 알지 못한다. 하나 이것만은 당당히 말할 수 있다.

너희 조상 모두가 금전과 권력에 어둡고 제 한목숨 부지하기 급급한 건 결코 아니었다는 것을.

 

3. 거병도 독립운동도 결국 뜻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란다. 말은 뜻이 없어도 달리지만, 사람은 굳은 뜻이 없으면 내달리지 못한다.

그리고 뜻이 있어도 함께할 사람과 조직이 없다면 공허한 바람밖에 되지 못하지.

할아버님이 그들을 믿으셨듯 어미도 이 길 끝을 믿는다.

 

4. 한 번도 나만을 위해 살아보지 못한 할미에게 마지막 이기심을 허락해다오.

할미가 다 마치지 못한 일기는 광복된 세상에서 너희가 채워주기 바란다. 그리고 부디 기억해다오.

좋은 옷, 기름진 움식, 푹신한 잠자리에 입히고 먹이고 누이진 못했으나 우리는 너희를 지키기 위해 싸웠다는 것을.

무엇을 지키려 했냐고? 글쎄다. 바로 그것은 누군가에겐 가족이었고 누군가에겐 이름이었고 목숨이었고 땅이었고

하늘이었고 자존이었고 독립이었을 테지. 그러나 그 대답은 좀 미뤄두기로 하자.

우리가 그토록 처절히 지키려 한 것이 과연 무엇이었는지는 훗날 너희가 우리에게 가르쳐주지 않겠느냐?

너희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말이다.

 

키워드: 윤희순, 안사람 의병단, 노학당, 독립운동, 조선합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