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독서기록

125. 여자전쟁-20.08.12~08.14

독서의 흔적 2020. 8. 15. 20:52

여성문제 여자전쟁 전자책 수 로이드 로버츠 심수미 ★★★★★

 

후기 '나를 위한 싸움이 모두를 위한 싸움이 되는 순간'

"세계의 많은 지역에서 여성보다 소에게 더 많은 권리가 주어진다."

'여성 인권'이라는 단어를 입에 담기 힘들 정도로 심각한 인권유린에 시달리는 각국 여성들의 치열한 생존 이야기.

이곳에서 여성들은 탄생과 동시에 생존의 위협을 받는다.

여성할례, 조혼, 강간, 인신매매 등 그야말로 인생이 전쟁 그 자체다.

5~6세 아동을 마흔이 넘은 남성에게 시집 보내는가 하면, 시위에 참여한 여성이 집단 강간의 위험에 노출되기도 한다.

'문란하다'며 수녀원에 보내졌던 임신한 여성에게 '치골결합절개술'을 시술한다.(골반이 작은 여성의 골반뼈를 절개하는 수술)

UN평화유지군이 주둔하는 곳은 곧 성매매집결지가 된다.

이들의 선호대상(...)에 맞춰 각국의 여성들이 취직을 가장한, 납치에 가까운 인신매매를 당한다.

 

이는 과거에 국한된 사건들이 아니다.

멀게는 1970년대 최근에는 2010년대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지금까지도 착실하게 기록이 갱신되고 있다.

여성에게 가해지는 끔찍한 학대와 그 서술 중에서 유독 내 시선을 끄는 것이 있었는데, 바로 여성할례(일명 FGM)였다.

녹슨 칼이나 깨진 유리등으로 여성 성기를 훼손하는 잔혹하기 그지없는, 문화와 전통이라고 입에 담기도 거북한 행동.

렴풋이 그 존재만 알고있던 여성할례의 실상은 상상을 능가할 정도로 끔찍하고 참담했다.

5~12세의 어린 나이에 절개와 봉합을 거친 성기는 결혼과 동시에 첫날밤을 위해 다시 한번 강제로 절개된다.

그 후 임신과 출산을 마치고 나면 또 다시 봉합된다. 임신이 반복되는 동안 수차례 절개와 봉합이 반복되는 것이다.

할례로 인한 각종 부작용이 있지만, 심한 경우에는 분비물을 제대로 배출하지 못해 악취를 풍기게되어 가족과 사회에 외면당한다.

이외에도 많은 문제가 존재하는데, 관련 영상들을 찾아보면서 울음을 그칠 수가 없었다.

할례의 존재를 눈치챈 아이들은 수킬로미터를 걸어서 도망친다.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서.

FGM반대 운동가들은 이를 '마라톤'이라고 칭한다. '살기위해 달린다.'는 뜻이다.

"아픈게 아니라 딸을 낳아서 울었습니다." 할례를 겪었던 한 어머니는 임신 당시 뱃속의 아이가 아들이기를 바랐다.

딸일 경우 자신과 같은 고통을 겪을 것이 두려웠기때문이다. 하지만, 태어난 것은 딸이었고 어머니는 절규했다.

딸을 낳는 것이 죄가 되는 세상, 딸로 태어난 것이 죄가 되는 세상.

우리의 시선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수많은 여성들이 울부짖고 있었다.

그렇기에 모두는 싸워왔고, 또 싸우고 있다. 그들을 위해, 다른 여성들을 위해.

"그들의 이야기는 개인적이지만 그들의 승리는 세계적인 것입니다."

딸을 낳아서 절규하던 어머니는 결국 딸을 구해냈다. 그리고 이제 다른 여성을 구하고자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모두의 노력 덕분에 프랑스에서는 할례연령인 아동들을 주기적으로 검사 한다.

영국은 갈길이 멀긴 하지만, 아주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할례가 전통인 국가와 부족에게도 배움의 손이 닿고있다.

그리고 우리도, 이렇게 비윤리적인 전통이 존재함을 인지하게 되었다.      

'나를 위한 싸움'이 '모두의 싸움'이 되고, 결국 승리한 역사적인 순간이다.

나아갈 길이 한참 남았지만, 이렇게 하나씩 쟁취해 나가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각종 포털에서 '여성할례'를 검색하면 함께 검색되는 것이

'남성할례'와 '종교적인 측면에서 보는 여성할례의 필요성'이었다.

여성에게는 생존과도 직결되는 이 문제가 일부 남성에겐 '우리도 같은 고통을 겪는다.' 혹은

'종교를 음해하기 위한 작전세력의 활동'이 되는 것이다. 이들에게 여성은 딱 그정도의 위치였다.

"우리는 문화적 차이를 받아들이고 관용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때때로 닫힌 문 뒤에서 은밀하게 벌어지는 학대를 허용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책이 나올 수 밖에 없던 이유를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나니 씁쓸하다고 해야할지, 화가 난다고 해야할지...

 

아프리카와 아시아 여성인권을 다루던 책의 마지막 장에는 '제도화된 여성혐오-영국'이 자리했다.

강대국인 영국을 두고 작가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자 했을까.

수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기에, 이에 대한 답을 영영 알 수 없게 되었다.

그의 딸이 남녀간 임금차이에 관한 이야기를 언급하면서 책을 마무리 지었지만,

수가 정말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그보다 훨씬 더 긴밀했을 것이다.

앞선 나라와 영국의 경우를 비교하며 세계 곳곳에 뿌리깊게 자리잡은 가부장적 인식과,

그에 따른 차별을 말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짐작할 뿐이다.

이 책은 세상 모든 혐오에 맞서는 여성들에 대한 기록이자, 이들과 함께한 수에 대한 기록이다.

정말 하고싶은 말이 많은 책이지만, 다 언급하다보면 내가 책 한권을 써야할 듯 싶으므로,

FGM와 싸우는 한 여성의 말을 인용하면서 일단 후기를 마무리 지어보고자 한다. 

"세상을 바꾸는 쪽은 여성이에요."


+)<EVE'S APPLE>, <말로니의 두 번째 이야기>, 솔라 유튜브에서 여성할례를 언급한 영상을 참고했다.

아직 보지못한 나머지 영상도 하나 둘 챙겨볼 생각이다. 사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솔라 영상만 봐도 댓글에서 입장차이가 극명하게 보인다. 그저 웃지요.

어느 성별이든 할례와 조혼은 심각한 문제이지만, 여성쪽은 어떤 것이 중요쟁점인지 보이지 않는가보다.

 

인상깊은 구절

1. 여성은 그저 또하나의 답 없는 문제가 될 운명인가? 그렇다면 도대체 왜일까?

 

2. FGM은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억제하는 장치죠. 성감대를 통해 여성이 느끼는 기쁨을 통헤자려는 거예요.

섹스를 즐기는 일에 대한 것이라는 걸 모두가 알아요. 여성 신체의 존엄성과 고결성에 대한 문제이고,

그것들은 사실 매우 강력한 힘을 갖고 있어요. 한마디로, 여성의 몸을, 여성의 기쁨을 통헤자기 위한 것이에요.

만약 여성이 기쁨을 모른다면, 더욱 쉽게 수동적이 될 테니까요.

그리고 아프리카의 너무 많은 남성들이 그 통제력을 지키고 싶어합니다.

 

3. 금발의 머리와 파란 눈을 가진 어린 소녀들이 같은 위험에 처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 묻고 싶습니다.

 

4.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이게 유괴범들에 대한 나의 태도가 바귄 이유이기도 한데, 우리 부모님의 죽음에 그들이

당위를 제공했다는 점을 내가 깨달았다는 거였어요. 미리암과 라울은 유괴범들이 나를 계속 키울 수 있게 하기 위해

살해된 것이니, 유괴범들은 이 죽음의 공범입니다.

 

5. 로마 가톨릭교회는 매우 가부장적이다. 교황이 규율을 정하고, 주교는 강단에서 이를 발표하고, 신부들이 현실에서

이를 수행한다. 여성이 사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로마에서 아예 논의조차 되지 않는다. 임신한 소녀들을 수녀원 문 앞으로

끌고 온 건 언제나 신부들이었다. 목적으로 보나 의도로 보나 감옥 간수나 다름없는 수녀들은 권위 있는 남자들의 부름에

늘 응답할 준비가 돼 있었다.

 

6. 극단적인 이슬람 율법학자들의 논리에 따르면 사우디 여자들이 몸을 꽁꽁 싸매서 가족이 아닌 사우디 남자들의

시선에서 벗어나는 것이 가게에서 낯선 남자에게서 신체 치수를 측정받을 가능성보다 중요한 일이다.

이는 가게에서 일하는 낯선 남자의 대부분이 진정한 남자로 간주되지 않는 동남아시아인이기 때문일 것이다.

속옷 가게에서 일하는 남자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여성 쇼핑객만큼이나 이들에게도 불공정한 세상이다.

부조리함 그 자체인 사우디아라비아 왕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7. 유엔 평화유지군이 있는 곳이면, 인신매매범들은 반드시 따라옵니다.

오늘날 유엔의 가장 큰 수치인데도 책임자들은 그저 어깨를 들썩이고는 눈을 감고 말아요.

 

8. 이 남자들은 영어를 못 하기 때문에 일자리를 구할 수 없습니다. 대게 아내가 일하는 시간에 집에서 놀고 있으니

스스로를 ‘2등 인간으로 느낍니다. 사실상 남성으로서 거세된 상황이나 마찬가지죠. 이 감정은 분노로, 특히 아내를 향한

분노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어쨌거나 본인은 전통적으로 남자가 여자보다 우월하다고 대접받는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나고

자라왔는데 이제는 많은 방면에서 아내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이질적인 사회에 남겨진 셈이니까요.

 

9. 우호적 관계를 다지고 사업상 거래를 확정지으려고 떼어주는 필지처럼, 여성에게 사랑하지 않는 남자와 결혼하라고

강요하고, 열네살짜리 소녀를 사십대 중년 남자에게 보내버리는 이야기들을 들으면 들을수록, 이 문제는 여성의 지위와

관련이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여성은 사고력도, 감정도 없는 재산의 일부로 여겨진다. 성숙하고 상호적인 성인의 애정관계를

가질 기회 자체가 허용되지 않는다. 여성의 처녀성과 절대적인 순종은 가족의 명예와 직결돼 있고,

이 명예는 여성의 목숨보다도 중요하게 간주된다.

 

10. 남성들은 다양한 방면에서 다양한 이유로 싸우고 있지만, 젠더 측면에서 그들은 모두 여성을 억압하려는 전사들이다.

 

11. 우리는 미래 세대에게 빚을 지고 있습니다. 우리 시대의 가장 큰 불의를 끝내야만 한다는 빚 말입니다.

 

12. 여성이 가족을 위해 희생한다는 인식의 문제는 자녀를 가지는 것이 오직 여성의 경력에만 영향을 미칠 뿐 남성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관념이라는 데 있다. 유연성 없는 노동 시간과 공동육아휴직의 부족으로 더욱 악화되는 이런 현실은,

바뀌어야 하고 바꿀 수 있는 뿌리 깊은 편견이 아니라 마치 여성이 받아들여야만 하는 불변의 사실인 것처럼 인용된다.

 

키워드: 여성인권, FGM, 조혼, 인신매매, 5월광장, 막달레나세탁소, 명예살인, 강간
꼬리(연결고리): 여자에게 전쟁

-남성에게 여성은 거래대상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현실. 그로 인해 여성의 생존과 처녀성은 늘 위협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