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 달콤한 노래-20.05.19
프랑스소설 | 달콤한 노래 | 전자책 | 레일라 슬리마니 |
방미경 | arte | ★★★★★ |
후기 '무엇이 그녀를 이렇게 내몬 것일까'
아기가 죽었다.
강렬한 첫 문장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출산후유증을 겪는 경력단절 여성(미리암), 이민자 여성(와파), 빈곤층 여성(루이즈) 등
사회에서 소외당한 여성에게 할당된 돌봄환경을 소재로 하고있다.
작가는 "나의 영원한 주제는 여성이다."라고 말한다.
커리어를 위해 아이를 보모에게 맡기는 여성, 신분증을 얻기 위해 보모로 일하는 여성,
복잡한 가정사로 인해 보모외에는 선택지가 없었던 여성.
타인에게 아이를 맡기는 부모가 잘못일까, 범행을 저지른 보모가 잘못일까.
어느 한명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기에 앞서 냉혹한 사회현실을 돌아봐야 한다.
복직을 간절히 원하던 미리암이 우울증을 얻은 것은, 독박육아의 탓이다.
이민자인 와파가 이런저런 남성들을 만나게 된 것은 안전을 보장하는 신분증을 얻기 위함이다.
'백인'이라는 보장된 계급임에도 루이즈가 끊임없이 돌봄노동으로 내몰렸던 것은 그가 빈곤층이었기 때문이다.
사회경쟁 속에서 자연스럽게 배제당한 이들의 삶에 어느 누가 관심을 보였을까.
마땅히 여자가 해야 할 일이라며 두 손 놓고 바라보고만 있는 것은 과연 누구였을까.
'칼을 휘두른 자가 잘못이다.'라고 선뜻 말할 수 없는 것은,
루이즈의 고독한 삶이 그녀가 야기한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혹독한 가정환경을 이겨내고 살아가고자 발버둥 친 루이즈의 외로운 사투를 보았다.
그러다 얻은 망상성 우울증이 과연 그녀 혼자만의 문제였을까.
그녀에게로 향했던 차별과 혐오의 시선, 동정의 눈길이 원인이 아니라고 단정지어 말할 수 있을까.
'아기가 생기려면 누군가 죽어야하고, 그래야만 자신의 행복과 노동도 지속될 것이다'
는 잘못된 믿음을 갖게 만든 것은 과연 누구였을까.
'아이를 맡긴 자가 잘못이다.'라고 선뜻 말할 수 없는 것은, 미리암의 육아우울증을 충분히 이해하기 때문이다.
힘겹게 쌓아올린 커리어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그녀의 열망은 이기적인 행동이 아니다.
꿈을 꾸며 살아온 세월이 출산을 한다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닌데, 왜 그녀는 모든것을 포기하고 가정에 머물러야 했을까.
그녀의 경력단절은, 독박육아는 그녀 혼자만의 문제였을까.
과연 누가 비로소 얻은 직장을, 자유를 누리고자하는 그녀에게 손가락질 할 수 있을까.
아이를 낳았다고 해서 경력이 단절되어서는 안되며,
체류증이 없다고 해서 몸을 내던져야만 하는 환경이어서는 안되며,
빈곤계층이라하여 자기 것 하나 없이 차별과 혐오의 시선에 갇혀서는 안된다.
왜 루이즈가 칼을 휘둘렀는지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없었지만, 이미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사실 명확한 답은 주지 않았지만, 책을 잘 따라왔다면 누구나 그 답을 알 수 있다.)
여성들을 이런 환경으로 내몬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것이 시작이기에.
작가는 소리없이 물었다. '이것이 과연 여자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수 있는 것일까요.'
꼬리에 꼬리를 물고 물음이 뒤따르는 책이었고, 후기를 쓰는 지금도 머릿속이 물음으로 가득하다.
이것은 한 여성이 아이를 살해한 내용이다. 라고 쉽게 단정 지을 수 없는, 한없이 복잡하고도 슬픈 이야기이다.
인상깊은 구절
1. 그녀는 남편에게 다가가 동정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쟤는 도 오라고 하면 안 될 것 같아. 아이한테 너무 힘들 것 같네.
자기가 가질 수 없는 이 모든 걸 보는 게 얼마나 괴롭겠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남편이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2. 투명한 마법의 줄을 잡고 있는 자가 바로 루이즈이다. 이 줄이 없으면 마법은 일어나지 못한다.
그녀는 비슈누, 생명을 유지시키는 신, 질투의 신이자 인류를 보호하는 신이다. 그들에게 젖을 먹이는 암늑대,
그들 가정의 행복을 확힐하게 담보하는 원천이다.
3. 미리암은 그녀에게 종종 선물을 한다. 전철역 출구의 싸구려 가게에서 산 귀걸이. 루이즈가 좋아한다고 그녀가 유일하게 알고 있는
오렌지 케이크. 그녀는 자기가 더 이상 쓰지 않는 물건들을 루이즈에게 준다.
이런 건 어딘가 모욕적인 데가 있다고 생각해온 지 오래이면서도.
4. 있잖아요, 모든 게 돌고 돌아 거꾸로 돼요. 저 아이의 유년과 내 노년. 내 젊음과 저 아이의 남자로서의 인생.
운명은 뱀처럼 사악해요. 항상 비탈의 나쁜 쪽으로 우리를 밀어붙이려 든단 말이죠.
5. 그렇게 흔한 건강 문제를 떠올리지 못한 것이 민망하다. 마치 루이즈는 절대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 사람인 것처럼.
그녀의 몸은 피곤도 모르고 병도 나지 않는 것처럼. "알겠어요. 잘 쉬세요. 우리가 어떻게 해볼게요." 미리암이 대답한다.
6. 이제 사랑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그녀는 인정해야 한다. 그녀는 심장에 담긴 모든 애정을 다 소진했고,
그녀의 손은 더 이상 아무것도 스치지 않는다. '이러니 벌을 받을 거야. 사랑할 능력이 없으니 벌을 받을 거야.' 라고
그녀는 자신이 생각하는 소리를 듣는다.
키워드: 돌봄노동, 독박육아, 보모, 경력단절, 여성문제
꼬리(연결고리): 미씽
-루이즈와 와파, 미씽의 공효진이 겹쳐보였다. 사회적 약자에게로 향하는 돌봄노동과 폭력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