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
제주 4.3을 묻는 너에게 |
전자책 | 허영선 | 서해문집 | ★★★★★ |
후기 '잊어서는 안되는 단 하나의 진실'
오늘이 가기 전에 다 읽고야 말겠다며 꾸역꾸역 책장을 붙들었다.
다 읽고서 제목을 보니 새롭게 보이는 것이 있었다.
제주 4.3을 묻는 너에게. 문득 이 '묻다'라는 단어가 지닌 뜻을 떠올려 보았다.
1.상대방에게 설명을 요구하는 행동
2. 어떤 것을 숨기는 행동.
작가는 4.3을 모르는 사람들과 4.3을 감추려는 사람 모두에게 이 책을 건네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힘든 독서가 될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토록 힘들 줄은 몰랐다.
감당하기 힘든 역사적 사실에 온몸이 지끈지끈 아파왔다.
고등학교시절. 운좋게도 '올바른 역사'를 가르치는 역사선생님을 만나 전반적인 흐름을 알고있었음에도,
받아들이기 힘든 진실이었다.
겨우 읽어나가다가 문득 머문 손 끝에는 강요배 작가의 <흙노래>가 있었다.
참고있던 울음이 터졌다. 이 참혹했던 역사를 향해 무슨 말을 할 수 있으랴.
한 마디 얹는 것도 조심스러워 이내 삼키고 만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진실을 잊지말고, 기억하자.' 뿐이다.
대통령이 추념식에 다녀왔다고 혹자는 "한쪽 이념에만 치우치지 말고, 진실을 보아라." 라고 한다.
안타까울 뿐이다.
못 배운 것은 죄가 아니다.
하지만 알려고 하지 않는 것은 죄다.
정작 이념에 사로잡혀 진실을 외면하는 것은 누구인지 다시 한번 돌아보길 바란다.
진실을 밝히고 싶은 사람들의 진실에 더 이상 흙탕물을 끼얹지 않았으면 한다.
인상깊은 구절
1. 이 땅을 둘러본 사람들은 말하지, 이렇듯 기막히게 매혹적인 풍광 속에 사는 사람들은 정말 축복받은 사람들이라고.
정말 그럴까. 제주도의 사월은 참으로 화사한 유채꽃으로 온 섬을 물들이지만 그것이 버린 아픔이란 것을 아는지.
아름다움의 이면에 도사린 끔찍한 그 시절 이야기를,
이 섬에 참혹하게 피어난 붉은 꽃, 노란 꽃 들은 어떻게 스스로를 치유하는 지를.
2. 역사의 세찬 파도에 시달리던 변경의 섬. 파도는 그날의 괴로운 기억에 언제난나 몸을 비틀지.
3. 첫 단추가 잘못 꿰어지면 전체가 엉망이 되어버린다는 것을 너도 알 것이다.
한 번 어긋나게 기록된 역사는 다음의 역사까지 변질시키고 왜곡시킨다는 것을.
그것은 왜 우리가 역사의 진실을 찾아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 될 수 있겠지.
4. 섬이 눈부시도록 찬란한 봄날, 산야는 봄물로 질펀하였으나 핏빛 울음을 머금어야 했다.
시리도록 푸른 섬의 4월은 그렇게 급격히 스러져갔다. 섬은 끝내 무참하게 짓밟힐 위기에 놓여 있었다.
5. 기억이 말살당한 데는 역사가 없다. 역사가 없는 데는 인간의 존재가 없다.
6. 통일로 가는 도정에서, 이제 우리는 기어이 불행했던 과거의 힘으로 평화와 인권의 역사를 다시 써야 할 때가 되었다.
슬픔의 노래를 밝고 찬란한 4월의 노래로 덮어야 할 때가 되었다. 그 길 위에 젊은 네가 있다.
그래, 이제 이 제주 섬의 볼날이 그냥 그대로의 봄날이 아님을 알겠느냐.
키워드 : 제주 4.3 사건, 4월, 동백꽃, 강요배,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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