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책 | 내가 함께 있을게 | 종이책 | 볼프 에를브루흐 | 웅진주니어 | ★★★★★ |
후기 '죽음. 지극히 당연하고도 철학적인 어떤 것'
"죽으면 어떻게 될까?" 살다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가질 의문.
죽음이라는 미지의 경험은 두려움과 호기심을 동반한다.
일상의 공기, 따스한 햇살이 죽음과 동시에 송두리째 사라진다는 것은 우리를 두렵게 했다.
내가 누리던 것들에서 '나'라는 존재만 텅 빈, 어딘지 모르게 낯설고 공허해보이는 풍경.
저승, 천국과 지옥 등 사후세계에 대한 온갖 설이 있지만, 죽은 자는 말이 없다.
보상받지 못한 상상력은 두려움을 배가 시킨다.
'내가 죽으면 저렇겠구나. 연못 혼자 외로이. 나도 없이.'
오리가 죽으면 적어도 오리에게는 연못이 없어진다.
<내가 함께 있을게>는 나에게 의미 있는 것은 나의 죽음과 함께 그 의미가 사라진다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상기시킨다.
"사고가 날까 봐 걱정해 주는 것은 삶이야. 삶은 감기라든가, 너희 오리들이 당할 수 있는 모든 일을 걱정하지.
한 가지만 예를 들게. 여우가 나타났다고 생각해 봐."
삶이 있기에 걱정과 두려움이 뒤따른다. 걱정은 삶에 더욱 집착하게 만들고, 때로는 삶을 송두리째 뒤흔든다.
걱정만 하다 삶을 의미없이 보낼 것인가. 아니면 삶을 충분히 즐길 것인가.
삶과 죽음은 등을 맞대고 있다. 걱정은 죽음과 동시에 사라진다.
삶이 있어서 존재할 수 있는 죽음은, 죽음과 동시에 삶을 사라지게 한다.
죽음은 삶의 필요 불가결한 요소라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직시하기만 한다면,
삶은 삶으로써, 죽음은 죽음으로써 각자의 입지를 다질 것이다.
"죽으면 어떻게 되나요."라는 아이들의 물음에
"사실은 아무도 모른단다. 하지만 이것만은 답할 수 있지. 이 모든 것은 죽음과 동시에 사라진단다.
연못을 헤엄치는 오리가 더 이상 보이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죽음이란다."
라고 다정하게 대답해주는 책. 조금은 차갑고, 어쩐지 다정하고, 때로는 허망한 이야기.
키워드: 삶과 죽음, 오리, 연못
꼬리(연결고리): 마당을 나온 암탉
-죽음은 더 이상 아동문학의 금기언어가 아니다. 삶의 이면에는 늘 죽음이 있다는 사실을 아이들에게 차분하게 알려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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